Mar 27, 2024 | 냉장고 중고거래 (실패)
어쩌다보니 스위스 동전을 종류별로 모았다. 동전이 생각보다 묵직한데, 5 프랑 동전 하나에 7,500 원의 가치를 가져서 그런가 보다. 동전 주제에 굉장히 비싸다. 일본의 500 엔 동전보다 훨씬 가치가 큰 동전을 쥐고 있자니 잃어버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날 왜 이쪽으로 다시 갔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아마 독일어 수업 수강료를 송금하러 갔었던 것 같은데, 계좌를 아직 만들지 않아서 송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다시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스위스 느낌이 물씬 나는 거리를 거닐다가,
리맛 강변길로 나와서 학교로 돌아갔는데, 백조가 강에서 목으로 꽈리를 튼 채로 편하게 둥둥 떠다니면서 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백조가 자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물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은 것처럼 저 상태로 물살을 따라 둥둥 떠다녔다.
양자역학 수업을 들은 뒤에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랑 음악실에 왔는데,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여러대 비치돼 있었다. 친구가 곧 바이올린 레슨을 듣는대서 바이올린을 챙겨왔길래 오랜만에 피아노랑 바이올린을 만져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음악적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냉장고 중고거래를 하러 갔다. 목적지를 찍었는데, 취리히 칸톤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SBB 앱으로 목적지를 찍고 피같은 8.6 FR (약 13,000 원) 을 결제하고 갔다.
트램이 동네 뒷산인 Uetliberg 를 넘어갔는데, 산 정상에는 광활한 잔디 평원과 공원이 있었고, 산 반대편에 위치한 다른 마을의 모습이 서서히 보였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집을 짓고 사는 스위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와중에 산 저편에는 아직도 눈이 덮인 하얀 알프스의 꼭대기가 보였다. 그리고 트램이 산을 넘어가는 순간 해가 지는 순간이라 정말 아름다웠다.
중간 환승역인 Berikon 에 내렸다. 산을 넘어가서 나온 마을의 풍경은 취리히 젠트럼 보다는 한적한 분위기였다.
그와중에 기차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가 만져달라고 자꾸 달라붙는데 막상 다가가면 도망가서 어쩌라는지 모르겠다.
또 기차를 타고 마을에 도착했는데, 강을 따라 거대한 댐이 있었다. 하늘 색이 좀전의 오묘한 보라색과 주황색은 사라지고 완전히 푸른 색으로 바뀌었다.
가는 길에 마주친 되게 부자들이 살 것 같은 양옥집. 마당 사이즈도 장난이 없다.
이렇게 거의 2시간을 달려서 중고거래 장소로 왔고 집의 초인종을 눌렀는데, 집주인 분이 내가 왜 온거지 라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혹시 낯선 사람은 아닌지 아들분이랑 남편분이랑 같이 왔는데 중고 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다시 Ricardo 앱을 켜서 확인했는데, 여기 주소는 Baltenschwilerstrasse 17 이었고, 내가 가야 하는 곳은 Waltenschwilerstrasse 17 이었다. 앱에서 복사하기 기능이 안돼서 발음을 외워가지고 지도에 입력한게 화근이었다. 오는데 2시간과 약 13,000 원을 썼는데 소득 없이 돌아가려니 마음이 쓰라렸다. 그래도 예쁜 광경을 봤으니 괜찮다라는 합리화를 열심히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