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벽화점 2024. 2. 12. 04:41

아침에 머물던 숙소를 떠나서 드디어 내 방을 가진 기숙사로 입주를 하러 움직였다. Altstetten Bahnhof (알트슈테튼 기차역) 근처에 있고, 학교까지고 트램으로 한번에 갈 수 있는 위치였다. 한국에서 싸온 캐리어 2개를 바리바리 싸들고, 위에는 후리스 위에다가 패딩까지 두껍게 껴입은 채로 기숙사에 들어가 입주를 준비했다. 10시쯤 도착한 것 같은데 나와 같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외국인들도 많이 있었다. 장시간을 비행하고 한숨도 못잔 호주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어색한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나라면 핸드폰만 하고 있었을 텐데, 이미 먼저 온 애들 끼리는 서로 친해진듯 활발하게 서로 대화를 하며 나를 대화에 참여시켰다.

 

각종 인삿말들을 하고, 서로에 대해 소개하고 질문도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여담으로 한국의 아시안컵 4강 진출 소식을 호주인 친구가 알려줘서 여기서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새 관리하시는 분이 오셔서 방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줄을 잘서서 기다리는 사람 중 2번째로 입주했다. (사실 호주 친구가 잠을 오래 못잤대서 먼저 들여보내고 싶었는데, 방 호실을 몰라서 메일을 찾아봐야한다고 순서를 넘겨줬다.)

 

조그만한 서프라이즈로 방이 랜덤한 색으로 꾸며져있대서 걱정했는데, 분홍, 빨강과 같은 수상한 색이 아니라 수수한 흰색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방은 청소가 되어있는지 바닥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즉시 바닥검사 후 옆에서 훔쳐온 청소기로 한번 돌린 뒤에 신발을 신지 않는 방으로 만들었다. 문턱에 단차가 없어서 먼지가 쉽게 유입되는것은 아쉽지만 신발을 신으면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할게 뻔했기 때문에 깨끗하게 살고 싶었다. 방은 아쉽게도 꽤 작았고, 내방에서는 창밖에 주택가만 보여서 전망도 그닥 좋지는 않았다. 소음은 작다는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좋은 점으로는 책상이 넓었고, 방에 책장, 개인 세면대도 있었다. 단점으로는 방에 난방기, 에어컨이 없고, 불빛이 문 위쪽에 노란 조명 하나밖에 없어서 밤에 방이 굉장히 어두웠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 밖에서 보낼 터라 큰 상관 안쓰기로 하고 물건을 보관하고 잠을 잘때만이라도 아늑한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만 들었다. 

 

기숙사 방 모습

 

스위스에 오기 전에 연락이 닿았던 기숙사의 다른 한국인 2명과 함께 만나서 같이 장을 보러 갔다. ALDI 라는 마트로 평소에 가던 COOP 이나 Migros 보다는 저렴한 마트였다. 빵, 요거트, 유제품, 과일, 파스타 류는 확실히 한국보다 싸서 이렇게나 장을 봣는데 CHF 26 (약 4만원) 선에서 해결이 되었다. 드디어 개인 물건 보관함과 냉장고를 쓸 수 있게 되어서 장본것들을 정리하고 저녁을 준비해 먹었다.

 

ALDI 에서 생필품 구매

 

든든하게 먹고는 싶었지만 스위스에서는 고기가 굉장히 비싸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식들 또한 굉장히 비쌌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저렴한 빵이나 치즈, 양식 재료들 위주로 밥을 만들어야 하고 나도 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빵 위주로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 ALDI 에서 1,500 원 정도 하는 빵을 갈라 안에 치즈와 햄을 번갈아 넣고 베리 잼을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마찬가지로 500 ml 에 1,300 원 정도 하는 요거트에 하나에 900 원 정도 하는 자몽을 갈라넣고 그래놀라를 뿌려 요거트를 만들었다. 과일과 유제품, 빵은 정말 저렴한게 체감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위스 생활을 시작할 준비를 마무리해서 그런지 상당히 들떠 있었다. 다음날 스키를 타러 갈 계획을 세웠다. 여러 고민 끝에 1시간 30분 거리의 가까운 스키장인 Stoos 산으로 결정했고, 스키 패스와 교통 패스를 검색하니 CHF 61.5 (약 9.5만원) 으로 해결되고, 스키장에서 스키 렌탈은 CHF 60 (약 9만원) 으로 은근히 저렴했다. 기숙사 톡방에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해서 급하게 5명으로 된 파티원을 모집해 내일 당장 스키장에 가게 되었다. 스위스에서의 모든 생활이 기대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