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Feb 5, 2024 | 독일어 수업 시작

현대벽화점 2024. 2. 12. 04:41

수업하는 건물 사진을 안찍어서, 옆 UZH 건물 사진으로 대체했다. :)

 

이번주에 드디어 독일어 수업을 시작한다. 취리히에 30일에 도착해서 그동안 같이 지낼 친구가 몇 없어서 심심했는데, 드디어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면서 할일이 주어지기에 행복했다. 수업을 들으러 캠퍼스에 출근하는 첫 아침이었다. 일찍 일어나 트램을 타고 30분을 이동해 학교 캠퍼스에 도착해 길을 찾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UZH 건물에 수업을 듣기 위해 들어갔다. 인사해주는 선생님, 보조 선생님은 외국인이고,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한국인은 없었다. 가자마자 영어로 소개를 해주시고, 교재비로 CHF 40 을 (약 6만원) 현금으로 낸 뒤에, 수업 계획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었다. 수업 시간표는 아래와 같다. 

 

1교시: 9:15 - 10:45 

Cafe Break: 10:45 - 11:15

2교시: 11:15 - 12:45

Lunch Break: 12:45 - 14:15

3교시: 14:15 - 15:45

 

Cafe Break 는 독일어로 쓰여있기로 커피 휴식이라는 뜻인데 자유롭게 쉬면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라는 뜻이었다. 외국 문화권의 수업을 듣는게 처음이라 상당히 기대가 됐었다. 확실히 수업이 교재의 내용보다는 옆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교수자랑 소통하면서 배우는 내용 위주였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적지만 기억에 확실하게 남고, 다음 교시에도 전시간에 배운 내용을 게임을 통해 복습하면서 철저하게 배우고 살을 붙여가는 시스템이었다.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살짝 후회가 되었다. 

 

2교시에 German Grammar Survival Guide (독일어 문법 생존 가이드) 를 나눠줬는데, 생존 가이드가 이렇게 두꺼우면 다 읽기 전에 죽을 것이 분명하다. 교재 두께에 대해 살짝 기겁을 했지만 한국인으로서 솔직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어 생존 가이드

 

점심에는 전에 우연히 트램에서 마주친 한국인분과 (ETH 재학생), 한국에서 ETH 로 교환을 온 3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ETH Mensa 라는 곳인데, 수업시간에서도 간단히 소개를 해줬다. 취리히에서 밥을 사먹기에 그나마 적당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절대 싸진 않다.) 학생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증 카드가 필요했는데, 아까 Cafe Break 시간에 빠르게 ETH 본건물로 찾아가 카드를 수령해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없는 신기한 덮밥을 먹었다. 학생 기준 CHF 6.5 (약 10,000 원), 교직원 기준 CHF 9.9 (약 15,000 원), 외부인 기준 CHF 14.9 (약 23,000 원) 으로 제일 저렴한 메뉴였는데도 살인적인 가격이었다. 비싸다고 맛을 기대하면 안된다. 소스에는 아무 맛이 안나서 쌀과 파인애플에서 느껴지는 후르츠칵테일맛으로 먹는 메뉴였다. 왜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지 단번에 알게 되었다. 

 

ETH Mensa (학생식당)

 

 

3교시에는 다같이 나와서 학교 투어를 했는데, 학교에 정말 흥미로운 장소가 많았다. 먼저 Self Learning Center 에 방문했는데, 영어, 한국어, 중국어, 각종 유럽 언어를 카드게임, 매거진, 책,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학생들은 언제든지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있는 도서들도 언제든 대출이 가능하고 각 언어로 독서토론, 영화토론 등을 개최하고 있었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이후에 ETH (취리히 공과대학교), UZH (취리히 대학교) 각 건물을 소개시켜줬다. 흥미로운 장소로 아인슈타인의 모교인 ETH 건물 지하에는 Einstein, Zweistein 이라는 카페가 있다. 독일어로 Ein 은 1, Stein 은 돌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Zweistein 의 뜻을 유추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일어로 Zwei 는 2를 뜻한다. 즉 Zweistein 의 뜻은 2개의 돌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다녔던 학교여서 그런지 이런 말장난을 쳐도 전혀 밉지 않고 오히려 동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Einstein, Zweistein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취리히 시내에 나왔는데 안개가 상당히 자욱했다. 항상 날씨가 좋았던 취리히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취리히에서 느끼는 감상이 낭만적인 영화에서 순식간에 호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취리히 시내는 항상 겨울 치고 따뜻했는데 이날 공기중에 안개가 자욱해서 괜히 춥게 느껴졌다. 

 

안개가 자욱한 취리히 시내

 

저녁에 Night GA Pass (저녁 7시 이후, 아침 5시까지 스위스의 모든 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패스) 를 이용해 이케아를 다녀왔다. 빨래건조대, 옷걸이, 물건 수납함, 빨래바구니, 어댑터를 사러 갔다. 취리히 도심에서 좀 떨어진 거리에 있었는데 늦인 시간인데다가 괜히 어두워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아까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 이케아 간다고 할 때 따라갈걸이라고 잠깐 후회가 됐었다.

 

혼자서 이케아를 오는게 처음이라 안내를 받고 돌아다녔는데, 2층의 인테리어 전시장에서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온갖 물건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서 눈이 어지러웠다. 그래도 원래 오기로 한 목적은 잊지 않고 가격이 적당한 물건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줬다. 1층에 내려와서 물건을 하나씩 담는데 여기도 너무 물건의 종류가 많아서 어지러워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다이소에서 5천원이면 온갖 수납함을 살수 있는데, 빨래바구니가 약 2만원, 플라스틱으로 된 수납박스가 약 15,000 원, 뚜껑은 별개로 또 4,000 원 가량을 사야 해서 적당한 수납함을 찾다가 30분을 넘게 결정하지 못하고 돌아다녔는데, 잠깐 머리가 깨져서 어린이 장난감 보관용 박스 (약 11,000 원) 을 사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결국 천으로 된 조그만한 정육면체 박스를 구매했다. 옷걸이는 택배로 받기로 하고 도시락용 락앤락 통 2개, 천으로 된 접히는 박스 2개, 이케아 장바구니 (가장 큰 수확이다.) 를 사서 돌아왔다. CHF 23.80 (약 37,000 원) 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쇼핑을 마쳤다.

 

돌아올때 보니 아까보다 안개가 더 자욱하게 껴 있었다. 밤이라 그런지 더 무서웠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안개가 자욱한 이케아

 

Feb 5, 2024 | Foggy IKEA

https://www.youtube.com/shorts/raRMj1vL7UU

공포의 이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