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벽화점 2024. 2. 17. 05:54

오늘 일정을 요약하자면,

  • [오전] 독일어 기말고사
  • [오후] 유럽식 저녁 요리
  • [저녁] 배드민턴

으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교실에 도착해서, 다같이 시험을 대비한 퀴즈게임을 하고 바로 필기시험을 시작했다. 내용은 배운 내용중에 가장 기초만 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쉬웠고, 빠르게 풀고 나와서 카페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나눴다. 참고로 시험을 일찍 끝내고 나온 사람들은 모두 미국인들이었다. 나머지 주류인 유럽인들과 중국인들은 시험을 더 꼼꼼히 검토하는 성격인가보다 싶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3문제에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마음이 내려앉았지만, 어차피 P/U 방식으로 평가되는 과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패스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안타깝게도 P/U 가 아니었다.)

 

독일어 수업은 금요일까지지만 이번 필기평가를 마지막으로 수요일 오전에 진도가 다 끝나버려서 오후에는 보조교사 Celine 선생님과 함께 스위스 독일어 방언에 대해 배웠다.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대부분 배울 의지를 잃었지만 그래도 모두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나는 딴짓을 종종 하긴 했다.)

 

수업이 끝나갈때 쯤에 주 교사인 Olga 선생님이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지 못한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모두에게 초콜릿과 마카롱을 나눠줬다. 프랑스 브랜드 제과점 과자였는데 (스위스에 점포가 많은 유명한 체인점), 상당히 맛있었다. 

마카롱롱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Madeline 이라는 친구랑 같이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요즘 너무 곡물류 식단만 먹어서 채소 종류를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집에 오기 전에 스포츠 매장에 들려서 배드민턴채를 사고, (저녁에 배드민턴 치기로 함.) 마트에 들려서 닭가슴살, 사워크림, 치즈, 양상추, 토마토, 대파 등등을 사서 돌아왔다. 오늘 저녁 메뉴로 사워크림 닭가슴살과 샐러드, 매쉬포테이토를 해준다고 했다.

 

루마니아 출신이고 덴마크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였는데 재료를 거침없이 썰고 쏟아붇더니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대파랑 버섯 자를때 칼로 써는 속도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빨랐다. 재료를 손질하고 배합하는걸 봐서 평소에 요리를 잘하는 친구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인 친구들이 모두 감탄했고, 나 역시 거의 넋을 놓고 지켜본 것 같았다. 나중에 혼자 해먹어보기 위해서 옆에서 어깨넘어 배운 레시피를 기록해두기로 했다.

 

사워크림 닭가슴살

닭은 잘게 썰어서 후추, 소금 잔뜩 넣어서 볶고 나중에 양파, 버섯이랑 넣어서 볶는다. 양파가 적당히 캐러멜라이즈되면 사워크림 한통 (약 500g) 을 다 때려붓고 더 가열해서 졸인다.

 

매쉬포테이토

감자를 껍질채 썰어 소금물에 삶는다. 감자가 찔러서 폭 들어갈때까지 익힌 뒤에 물을 빼고 버터와 (거의 버터 반덩이는 넣은듯) 올리브유, 소금을 넣어 포크로 열심히 으깨준다. 집에서는 보통 오일이랑 같이 섞어먺는다고 하는데 버터를 넣어서 훨씬 맛있어진듯 했다.

 

샐러드

굉장히 잘게 썬 대파, 양상추, 토마토를 그릇에 모두 옮겨 담는다. 대파가 이렇게까지 잘게 썰리나 싶을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잘 썰었다. 토마토는 우리가 알던 매끈한 토마토가 아니라 호박처럼 주름이 있는 모양의 토마토였다. (굉장히 맛있다고 한다.) 레몬즙과 소금으로 샐러드의 숨을 죽이고, 올리브유를 넣어서 향을 더해 잘 섞어주었다. 

 

루마니아 친구의 저녁준비과정

 

이걸 모두 한 그릇에 옮겨닮고 위에 리코타치즈를 썰어서 샐러드 위에 얹어서 먹었다. 매쉬 포테이토는 정말 달달하고 고소하고, 사워크림에 볶은 닭은 굉장히 든든한 맛이었고, 치즈와 함께 먹는 샐러드는 상큼하니 정말 모든 음식의 간과 조화가 정말 잘 어우러졌다. 내가 감히 따라한다고 해서 이 음식들의 맛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모든 음식의 조합, 감자+고기, 감자+샐러드, 고기+샐러드 의 맛의 조화가 정말 잘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맛과 별개로 양이 굉장히 많아서, (엄청 큰 그릇이다.) 평소에 남들보다 훨씬 잘먹는편인 나이지만, 다 못먹고 남겨버렸다. 친구는 한접시를 다 비우고 샐러드를 더 얹어서 다 해치웠다. 덩치가 엄청 큰 친구는 아닌데 주변에서 나보다 잘먹는 사람을 본건 오랜만이었다. 

 

친구가 만들어준 저녁

 

밥을 먹는중에 감자 때문에 마실게 필요해서 남은 우유 반통 정도를 마셨는데, 친구가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 우유는 음식이지 음료가 아니라면서 밥이랑 같이 마시는 음료는 와인이나 맥주여야 한다고 했다. 우유는 아침이나 점심때 빵이나 쿠키랑 같이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서 적잖히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한국에서 매운걸 먹을때나 갈비찜같이 짭짤한 음식을 먹을때 중화시켜주기 위해 물대신 우유를 자주 마셨는데, 내 일상적 행동이 문화충격을 줄 정도인지는 몰랐다.

 

저녁 8시에 ASVZ 프로그램으로 배드민턴을 신청했다. 20:00 - 21:50 타임의 수업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서 도착했다. 같이 독일어 수업을 듣는 프랑스 출신 미카엘이라는 친구의 배드민턴을 수업을 당일 예약해서 갔는데, 안타깝게도 고급자용 수업이었다. 배드민턴 경력이라고는 오래 되긴 했지만 초, 중, 고등학교에서 완전 아마추어 수준으로 게임한게 전부인데 살짝 걱정은 됐었다.

 

ASVZ 배드민턴 체육관

 

전에 했었던 Muscle Pumping 수업과는 다르게 수업은 영어로 진행이 됐고, 선생님은 여자분이었는데 나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컸다. 게임 할사람과 백핸드를 배울 사람을 나눠서 수업을 진행했고, 나는 당연히 게임을 하러 들어갔다. 선생님은 백핸드를 가르치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는게 아니라 10분 마다 선생님이 매치 상대, 규칙을 바꿔가면서 플레이를 하게 했다. 수업이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도중에 이상한 규칙도 많았는데, 셔틀콕을 대각선 박스에만 보내기, 셔틀콕을 몸으로 한번 받고 라켓으로 치기, 백핸드로만 리시브 하기 등 다양한 변칙 규칙들을 적용시켰고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규칙과는 별개로 나는 오늘 경기에서 전패하고 말았다. (다들 너무 고수들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힘들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내 상대를 할 때 공을 자유자재로 스매시를 때리고 클리어로 멀리 보내고 동선을 길게 쓰도록 유도해서 체력이 금방 떨어져버렸다. 얘네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1시간 50분 수업 동안 물마시는 시간 약 5분정도 2번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계속 게임을 했다. 

 

마지막에 백핸드를 배우는 사람들도 게임에 합류해서 2 대 2 매치를 했는데, 같이 온 프랑스 친구랑 팀을 맺었다. 친구가 상당히 잘해서 더블 게임 포지션 전략도 배우고 압도적 캐리로 마지막 경기는 이긴 채로 집에 갈 수 있었다.

 

발렌타인데이때 초콜릿을 하나도 받지 못한 불쌍한 스스로를 위해 스위스 초콜릿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원래 스위스 어느 마트를 가든 초콜릿 코너가 큰데,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여기저기서 팔고 할인도 많이 했다. 스위스 명품 초콜릿인 Limdt 의 다크 초콜릿 3개 묶음을 사서 천천히 먹을 생각이다. 원래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스위스에서는 심심하면 초콜릿을 줘서, 하나씩 까먹는게 어느정도 일상이 되었다. 마트에서는 하나에 1,000 원 정도 하는 Lindt 초콜릿을 시식하라고 나눠주기도 한다.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초콜릿을 계속 찾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은 있다.

 

내 스스로에게 주는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