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Feb 16, 2024 | 리히텐슈타인 Liechtenstein

현대벽화점 2024. 2. 19. 08:01

오전에 대충 박물관 탐방을 마치고 빠르게 리히텐슈타인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열차가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썩 좋진 않았다. 구름이 많이 껴서 오스트리아까지 이어진 알프스 산맥의 예쁜 풍경을 보진 못할것 같았다. 

 

취리히 시내

 

 

리히텐슈타인 공국 (Liechtenstein) 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 사이에 위치한 엄청나게 작은 나라로, 마을 정도 크기의 국가이며 인구는 4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당 GDP 순위가 압도적 세계 1위 이다. 스위스가 인당 GDP 가 $110,000 으로 개개인의 평균이 한국보다 약 3배정도 잘사는데, (한국 약 $35,000) 리히텐슈타인은 인당 GDP 가 $157,700 으로 그 잘산다는 스위스 저리가라 할정도로 잘사는 나라이다. 주요 산업이 관광이랑 농업이라는데, 농업의 미래는 밝은것 같다. 

 

사실 저번에 Pizol 로 스키를 타러 갔을 때 산 사이로 보였던 작은 마을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 하나였다. 산 위에 올라가면 국가 하나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상당히 작은 나라이다. 

 

리티텐슈타인 지도

 

기차를 타고 스위스다운 풍경을 보며 국경을 넘는다는 들뜬 마음으로 즐겁게 가고 있었다. 기차 역을 하나 지나쳤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기차 안에서 보는 스위스 풍경

 

이번 역에서 내려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기차 1층으로 내려와서 (스위스 기차는 2층 열차이다.) 열기 버튼을 마구 눌렀는데 작동하지 않고 우리를 다음 역으로 데려다줬다. 고속열차라 멀리도 데려다주긴 했다. 다음 돌아가는 기차가 오기까지 30분이 넘게 남은 상황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 내린 마을에서 조금 구경을 하다 가기로 했다. 

 

사랑의 불시착 (아님)

 

다행히도 잘못 내린 마을도 상당히 예뻐서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스포츠 매장에 들러 등산용품도 구경하고, 초콜릿 가게에 들러 맛있어 보이는 각종 초콜릿을 담아 왔다. 리히텐슈타인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 넘게 지연됐지만 모두가 이 동네에도 만족해서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히텐슈타인 바두즈에 도착했다. 이렇게 작은 국가에 마을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 싶긴 한데, 바두즈 성 근처에 있는 마을이라 바두즈 마을인 것 같다. 근처에 맛있어보이는 젤라또 가게가 있길래 먹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베스킨라빈스의 2배나 되는 가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리히텐슈타인에서는 사먹을 만한게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렸다. 사실 길을 잃지 않고 먼저 도착한 일행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이미 바두즈 성에 다녀와서 여기 전망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 한잔씩 즐긴다고 했다. (금수저 녀석들인것 같다.) 

 

Liechtenstein Vaduz (리히텐슈타인 바두즈)

 

다같이 리히텐슈타인 우표 박물관을 구경한 뒤에 (우표에 관심이 없어서 볼게 별로 없었다.), 바두즈 성으로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한참이나 길을 헤멘 후에 Castle 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발견하고, 마왕의 성을 올라가는것만 같은 길을 따라 성으로 올라갔다. 

 

바두즈 성

 

이 동네 사람들 기준으로는 이 성으로 가는 길이 심심하면 마실나오는 뒷산인데, 너무 뷰가 아름다웠다.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스위스의 눈모자를 쓴 푸른 산을 보면 인생사 스트레스가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리히텐슈타인의 건물들은 스위스처럼 미를 중시하지 않고 지은것 같았지만 건너편을 바라보면 절로 행복해지는데 굳이 사는 집까지 번거롭게 전통 양식을 따라 지어야 할까 싶긴 하다.

 

바두즈 성으로 올라가는 길

 

얼마 지나지 않아 뒷산에 올라와서 바두즈 성에 도착했다. 실제로 리히텐슈타인 공작가가 사는 성이라 출입은 불가능하지만 밖에서 볼 수는 있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관광객 접대실 정도는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밤에 성을 바라보면 돌벽 사이에 있는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바두즈 성
바두즈 성(옆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리히텐슈타인 공국

 

같이 올라온 크리스가 성이 있는 조그만한 언덕 말고 아예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올라와서 점심도 먹을겸 벤치에 앉아 취리히에서 사온 사과를 먹고 우유를 마셨다. 굉장한 절경에 감탄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백설공주?

 

좀 쉬던 사이에 다른 일행 친구들도 올라와서 벤치에 앉아서 다같이 쉬면서 경치를 감상했다. 

바두즈 성 경치 감상

 

내 사진도 찍고,

바두즈 성

 

벤치 옆에 꾸물거리는 개미도 찍고, (너무 커서 징그러웠음)

 

[Feb 16, 2024] Tree of Ants, Vaduz Castle, Liechtenstein

https://youtube.com/shorts/Z1QWkuIwu0w?si=DDDVBCeQ6JMHo831

 

 

대만인 친구가 풀을 꺾어서 냄새를 맡아보라길래 킁킁 냄새를 맡았더니 마늘 비스무리한 냄새가 났다. 평소에 자기들도 많이 먹는 풀이라길래 마늘쫑인가 싶었는데 번역기를 돌려보니 명이나물이더라. 다시 냄새를 자세히 맡아보니 명이나물 냄새가 맞았다. 눈으로 보기에도 유별난 색의 명이나물 잎이 여기저기에 잡초처럼 솟아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명이나물의 맛을 아직 모르는구나 싶었다. 그 친구한테 듣기로는 이 풀이 캠퍼스 근처에도 엄청 많다고 했다. 삼겹살 먹을때 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이나물이 그냥 잡초처럼 자라고 있어요

 

금요일에 모든 식당이 4시에 문을 닫아버려서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마트에서 각자 해결하게 되었다. 금요일은 저녁을 각자 집에서 먹는 풍습이 있나보다 싶었다. 여기저기 더 가보고 싶은 곳은 있었는데 해가 저버려서 여차저차 바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취리히 시내로 돌아가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저녁의 바두즈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