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4, 2024 | Beer Pong
원래는 오늘 체르마트를 가려고 했는데, 당일 새벽까지 아무 계획을 세워놓지 않아 결국 다음날로 미뤄지게 되었다. 덕분에 기숙사의 Matty 가 주최하는 비어퐁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에 중국인 무리에서 같이 저녁을 만들어먹자고 해서 간단히 만들수 있는 한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봐와서 마요네즈와 계란을 구했다. 마요네즈가 한국이랑 다르게 치약통에 들어있는데다가 마트 물품은 죄다 독일어로 써져 있어서 찾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냄비밥을 지어서 마요네즈랑 참치, 참기름 듬뿍 (핵심 재료이다.) 때려넣고 열심히 비벼서 주먹밥을 만들고, 엄마가 택배로 보내준 김을 찢어 붙여서 참치마요 주먹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계란찜 레시피를 찾아 대충 만들었는데 상당히 그럴듯한 향과 맛이 났다. (여기도 참기름이 핵심인듯 하다.)
얼핏 보면 평범한 메뉴지만 참기름 하나 부었다고 해서 맛과 향이 한국식으로 바뀌는게 좀 신기하긴 했다. 아무튼 다른 중국인 친구들도 정말 맛있다면서 주먹밥과 계란찜은 금방 매진되었다. 매운닭갈비나 엽떡같이 매운게 하나라도 있었으면 정말 최고의 조합이 되었을 텐데 여기서는 매운 요리를 하기가 까다로워서 살짝 아쉽긴 했다. 소박하게나마 오늘 준비한 요리의 주제를 '엽떡이 먹고싶어요' 로 짓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도 양이 살짝 부족해서 야식으로는 요거트 500mL 에 자몽 하나와 그래놀라를 섞었고, 잘 익은 애플망고 하나를 해체해서 먹었다. 과일과 요거트가 굉장히 싸서 이런 야식을 매일 먹어도 하루에 5천원도 안나오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저녁에 비어퐁을 했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월드컵 진행 방식처럼 리그전으로 올라갈 팀을 정하고 위에서 토너먼트를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나와 매칭된 친구도 비어퐁에 처음 참가해서 규칙도 잘 모르고 그냥 물 흘러가는대로 했는데, 친구가 재능충이라 그냥 던지는대로 쏙쏙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토너먼트에서는 진정한 실력자들이 많아서 바로 탈락했다. 하필 토너먼트 첫 상대가 전 비어퐁 챔피언이었다.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고, 비어퐁 규칙을 터득했으니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일 아침 5시에 체르마트에 가기로 했는데 새벽 1시쯤에 잠들어서 살짝 큰일이 났다는 생각은 들었다. 저번에 아침에 급하게 장비를 챙기다가 장갑과 바라클라바를 빼놓고 간 기억이 있어서 방에 가자마자 스키 장비를 챙겨두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