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2024년/4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Apr 01, 2024 | 부활절 여행 - 영국 (3)

현대벽화점 2024. 4. 15. 02:16

아침에 하이드 파크 근처 일정을 소화하려고 런던 하이드 파크를 통과해 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정말 넓은 공원에서 사람들이랑 목줄을 차지 않은 개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었고, 기러기나 오리, 비둘기 같은 새들도 공원에서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런던에서 이렇게 맑은 날씨가 흔하지 않다는데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이드 파크를 통과해 가는 길

https://youtube.com/shorts/d_fBNszptpc

 

하이드 파크 일정은 오후로 잡아놨는데, 진짜로 정말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도 행복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분수대 앞에서 어떤 오리가 늠름하게 서있길래 가까이 가서 오리의 늠름한 뒷모습 사진도 찍어줬다.

 

숙소가 패딩턴 역 근처에 있었는데, 패딩턴 역에서 하이드 파크를 통과해서 아래로 내려오면 바로 ICL (Imperial College London) 을 볼 수 있었다. ICL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으로, 표지판에 당당하게 IMPERIAL 이라 적힌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제국이라는 표현을 영국만큼 멋있게 쓸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여행 일정을 모두 하이드 파크 근처로 잡아뒀는데, 그 이유는 ICL,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시간관계상 이중에 자연사 박물관밖에 가지 못했는데, 나중에 런던에 다시 오게 된다면 다른 박물관들도 꼭 한번씩 들러보고 싶다. 정말 세계 곳곳에서 약탈한 유물들이 정말 많이 모여 있다.

 

이중에 자연사 박물관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 익숙한 풍경을 보여준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거대한 화석들과 모형들, 그리고 한 생물의 화석을 한개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컬렉션으로 정말 여러개를 소장하고 있으니 화석을 좋아하면 꼭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고대 공룡 화석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 해상 생물, 지구의 역사, 광물과 보석 들도 전시하고 있으니 정말 자연사라는 컨셉에 많은 최대의 박물관이 아닐까 싶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박물관에 들어갈 때 구글맵이 뒷문으로 안내해줘서, 항상 박물관의 초라한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나올 때 정문 사진을 찍게 된다. 자연사 박물관의 정문도 꽤나 장엄하다. (그와중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런던의 날씨)

 

같이 일정을 다니고 있는 민석이 형이 뉴턴의 묘지를 보러 웨스터 민스턴 사원을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머지 박물관 일정을 취소하고 웨스트 민스터 사원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안한 데다가 입장 시간이 종료돼서 결국 돌아오게 되었다. (3시쯤에 입장이 마감되는 것 같다.)

 

 

당분이 부족해서 길거리에 보이는 카페에서 어떤 티를 마셨는데, 우유에다가 시나몬을 탄 음료였다. 원래 계피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우유랑 조합하니 나름 맛있었다. 이왕 멀리까지 온거 어제 보기로 했는데 시간 관계상 보지 못했던 버킹엄 궁전을 보러 갔다. (본인이 J 인줄 알았지만 나름 P 였던 자의 자유분방한 여행 일정)

 

 

도착하자마자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미국 관광팀 가이드가열심히 설명을 해주길래 몰래 엿들었다. 버킹엄 궁전의 깃발이 왕실 깃발이면 현재 왕이 버킹엄 궁전 안에 있는 것이고, 영국 깃발이면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리고 근위병의 숫자를 봐도 왕이 현재 궁전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왕이 있을 때는 건물 외부의 병사가 4명, 없을 때는 2명이 보초를 선다고 했다.

 

현재 상태를 확인해보니 궁전 위에 걸려 있는 기는 유니언 잭의 영국 깃발이고, 근위병도 2명밖에 안보여서 지금 왕은 궁전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정보였고, 왕이 얼굴을 내밀기를 고대하면서 시간낭비를 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궁전은 별로 볼것도 없어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버킹엄 궁전에 도착해서 꼭 찍어야 한다는 근위병과의 인증사진을 찍어주고, 궁전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교대 시간이 아니어서 철장 안으로 볼수밖에 없는 사실이 좀 아쉽긴 했다. (교대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라고 한다.)

 

사실 그 주변의 조각상이나 분수대, 광장, 공원도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데, 궁전보다 근처 광장을 구경하는게 더 흥미로운 것 같았다. 영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항상 사자가 있는데, 사자가 왜 영국의 동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조각상을 보나 왕을 상징하는 조각상에는 항상 사자가 함께 있었다. 여기 분수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날씨도 좋았고, 분수대 중앙 조각상을 오르는 꼬마애도 있었고, 정말 많은 관광 팀들이 모여서 정말 활기찬 분위기였다.

 

 

 

스위스에는 벚꽃이 막 필 시기였는데, 런던은 벚꽂이 대부분 이미 져 있었다. (런던이 더 추운데 왜지?) 그런데 버킹엄 공원에 잔디밭 한가운데 있는 벚꽃 나무가 거의 유일하게 꽃잎이 온전해서 여기서 유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벚꽂을 즐겼다. 감성 사진 찍기에는 소녀감성이 부족해서 벚꽂을 먹는 컨셉으로 찍기로 했다.

 

 

 

버킹엄 궁전이랑 하이드 파크랑 모서리끼리 이어져 있는데, 여러 예쁜 건물들을 통과해서 하이드 파크에 도착했고, 어제 하이드 파크에 간 친구들을 통해 여기서 오리배를 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보트를 타러 호수로 갔다. 하이드 파크에서 백조를 꼭 구경 하라고 했는데, 정말 많은 백조와, 오리, 비둘기들이 어울려서 놀고 있었다.

 

새가 많아서 정말 신기한 광경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백조가 사람들 사이를 횡단보도 건너듯 걸어다니는 것과, 백조가 호수 아래에 머리 박고 헤엄치는 광경, 오리랑 비둘기랑 섞여서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름 재밌었다. 날씨도 좋아서 여기서 남은 시간을 노곤하게 녹이고 싶었다.

 

하이드 파크 호수

https://youtube.com/shorts/bGn5HD40oWw

 

사실 오리배를 타러 왔는데, 노를 젓는 보트를 탈 수 있길래 바로 이걸로 결정해버렸다. 학생 할인을 받아서 1시간에 9 파운드 정도 되는 가격으로 싸게 티켓을 구입했다.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보트 막 탔을 때는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그때는 괜히 보트 타러 가자고 했나 후회스러웠다. 그런데 보트를 타고 10분정도 지나니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맑게 개서 정말 맑고 따뜻한 날씨에, 호수 위에서 보트 타는 낭만 있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었다.

 

하이드 파크 보트

https://youtube.com/shorts/Lx-PGkv0ZZA

 

보트를 타고 후들거리는 손을 붙잡고, 스카이 타워로 일몰을 보러 갔다. 스카이 타워가 입장이 무료래서 기다리고 들어가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해서 빠른 입장을 하려고 했는데, 전망대나 레스토랑이나 모두 예약을 해야지만 입장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미리 알아보지 않은 책임이라 생각하고, 저녁을 먹으러 버로우 마켓 쪽으로 걸어갔다.

 

런던도 템스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눠져 있는 모양이라, 반대 쪽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런던 브릿지 위에 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일몰을 보자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맑은 날씨에 런던의 수평선 위로 해가 지고 있고, 앞에 보이는 다리 위에는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으며, 그 다리 아래로는 보트가 통과하고 있었다. 더욱이 사람들은 런던의 상징인 타워 브릿지에 몰려 있어서 (타워 브릿지는 지금 있는 런던 브릿지 바로 뒤에 있는 다리다.) 정말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타워 브릿지에 있는 사람보다 일몰을 더 탁 트인 광경에서 볼 수 있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런던 브릿지 일몰

https://youtube.com/shorts/juO372JwiF0

 

그 뒤에는 버러지 마켓, 아니 버로우 마켓 쪽으로 돌아와 인도식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가격은 취리히 못지 않게 살벌했다. 한국에서의 인도 카레집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런던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난 한장, 밥 한그릇을 거의 5천원 가까운 가격을 받으면서 팔았던 것 같다.

 

 

 

정말 알찬 하루였고, 런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게 살짝 아쉬웠다. 나머지 일정은 이제 런던 근교에서 보내기로 했으니 오늘까지 못 구경한 내용들은 다른 날에 런던에 또 와서 봐야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