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5, 2024 | 부활절 여행 - 네덜란드 (7)
네덜란드에서의 첫 일정으로 반고흐 미술관을 다녀왔다. 원래는 한참 전에 예약을 해야 해서 입장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유능한 일행들이 전날에 취소표가 풀리는 것을 알아내서 전날에 시간에 맞춰 빠르게 예매해 반고흐 미술관에 방문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반값 표는 가격도 절반이다.)
사실 반고흐가 네덜란드 미술가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미술관에 와서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기별로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 그리고 동생 테오와 형수님이 고흐를 어떻게 챙겨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고흐의 작품으로 배우는 그림들은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와 같은 고흐의 그림체가 두드러지는 그림들만 보고 배웠었기 때문에 고흐의 그림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고흐가 만들어낸 작품 중 유명한 것들은 고흐의 생애 막바지에 다다랐던 시절의 것들이었다.
고흐는 죽기 전 그림을 하루에 하나 이상씩 그려내면서 정말 많은 작품 활동을 했고, 그 양식은 누가 따라하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유명 작품들 외에도 고흐가 어떤 화가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고흐의 그림에 영감을 준 작품들도 여러가지가 걸려 있었다. 미술관에서 천천히 시간을 가지며 감상해보길 바란다. 3층짜리 건물이라 여유롭게 감상해도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는 규모였다. (영국을 다녀와서 그런지 미술관이 참 작아보였다.)
고흐의 것 외에도 기억에 남는 작품들로는, 고갱이 그린 그림을 그리는 고흐가 있다. (둘이 사이가 안좋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것 같았다.) 실제로 미술관에는 고흐의 자화상이 정말 많았는데, 하나같이 본인을 잘생기게 그렸다. 그런데 고갱이 고흐를 본인이 생각하는 모습 이외의 것으로 그려버려서 마음이 상해버린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른쪽 상자는 고흐가 색 조합의 영감을 받기 위해 썼던 실타래라고 한다.
반고흐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나서 다시 암스테르담 역으로 돌아와 네덜란드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찾아본 결과 네덜란드는 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대표 음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음식점 찾아가기가 껄끄러웠다. 유능한 일행들이 그래도 오믈렛 맛집을 찾아줘서 점심으로는 그곳에 방문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중앙역과 그 근처에 있는 웅장한 건물들, 그리고 수로 밑으로 지나가는 보행도로까지 네덜란드의 느낌이 확실히 났다. 그리고 어딜 가나 대마 냄새를 피해 갈 수 없어서 너무 역겨웠다. 맛집에 줄을 서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대마랑 담배를 피워대서 줄을 서는 것조차 힘들다. 심지어 담배 냄새가 차라리 향기롭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마 냄새는 역겨워서 적응을 할수가 없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
중앙역 근처에 있는 Omelegg 라는 식당에 가서 오믈렛을 먹었다. 줄을 꽤나 서긴 했지만 가격은 엄청 비싼데다 시간과 돈을 들일 가치가 있는 맛은 아니었다. 아래 구성이 EUR 11.5 (KRW 16,000) 으로 유럽 답게 충격적인 외식 물가를 보여준다. (맥도날드나 감자튀김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오후에는 잔세스칸스라는 풍차 마을을 향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거대한 풍차들일 줄을 지어 있었고, 구름 끼고 비가 내리던 오전 날씨와는 다르게 갑자기 날이 완전히 개서 눈이 부실 정도로 해가 쨍쨍했다. 그런데도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어서 모자가 쉽게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하루종일 휘날렸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바람에 대한 준비는 확실히 해가야 한다.
하늘이 너무 파래서 사진을 찍는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파랗게 나왔다. 결국 채도를 낮춘 필터를 껴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날씨는 너무 좋은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바람이 잠깐 멈출 때 빨리 찍어! 찍어! 이러면서 고생해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름 재밌는 추억이었다. 이 뒤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한 관광지는 아니니 잔세스칸스에서 찍은 사진을 그냥 열거 하겠다.
잔세스칸스 네덜란드 풍차마을
예안이가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감성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유능한 인재) 아, 마을 길목에 아이스크림이나 핫초코 가게 이런 달달한 것들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당이 떨어진 느낌이 들길래 들러서 사먹었다. 사진에서 손에 들고 있는건 밀크 쉐이크다.
그리고 잔세스칸스에서 풍차를 구경하고 나면, 바로 옆에 치즈 박물관과 나막신 박물관이 있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전통 치즈인 고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치즈를 꿀에 찍어 먹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막신 박물관에서는 나막신을 직접 신어보고 나막신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냥 잠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은근 순식간에 하나를 만들어내서 신기했다.
나막신 박물관에서 MZ 느낌 나게 사진도 한장 찍어보았다. 얼굴은 너무 못나와서 그냥 가려버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목장에서 키우는 염소랑 오리도 귀여워서 한장씩 찍었다. (바람 소리는 덤)
https://youtube.com/shorts/SdcmDBamkYA
암스테르담 역으로 오는 길에 있는 중간 역에 내려서 레고처럼 생긴 건물도 보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둘러보다가 렘브란트 광장 정류장에 내려서 렘브란트 판 레인 동상과 한장, 현대판 생각하는 사람 동상 옆에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흡연 구역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서 공원을 가던 길거리를 다니던 어딜 가나 역겨운 대마 냄새는 견뎌야 했다.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 수로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째 피사체가 갈매기일 때가 더 멋져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확인하는데 내가 찍은 사진 배경 곳곳에 갈매기가 출현한다.
빌헬미나 여왕 동상 앞에서도 사진을 하나 찍어주고, (마침 사진을 찍을 때 네덜란드 국기가 펄럭여서 뭔가 뭔가 그랬다.)
비어 펍 컨셉의 식당을 가서 폭립을 먹었다. 은근 가성비 맛집이었다.
고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내일 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숙소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마트 체인인 Albert Hijn 에서 장을 봤는데 진짜 한국과 스위스에서 훈련하다 와서 그런지 다 너무 싸게 느껴졌다. 우유 한팩에 EUR 0.89, 요거트 1L 한팩에 EUR 1.19, 등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고 있었다.
집에 감자칩, 프로틴 요거트, 그냥 요거트, 소르베를 사와서 밤새 먹고 남은 계획을 짜다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