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벽화점 2024. 5. 8. 09:41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을 듣고 연구실에 갔다. 논문 읽고 코딩 하기 전에 충분한 당 공급원이 필요해 마트에 들렀는데, 하나에 CHF 3.35 (약 5천원) 하던 부활절 토끼를 하나에 CHF 1 에 팔고 있었다. 아무리 부활절이 끝나도 그렇지 너무 충격적인 가격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부활절 직전에는 하나에 CHF 4.6, 약 7천원 에 팔았는데... 이런 한철장사가 따로 없었다.

 

그래서 잔뜩 집어오고 싶었는데, 가방에 보관했다가 토끼가 안면강타를 맞아 얼굴이 찌그러졌던 기억이 있어서, 손에 들 수 있는 3개까지만 사서 같은 방을 쓰는 다른 두명한테 나눠줬다.

 

남은 토끼는 제가 잘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토끼는 뼈도 추스리지 못하고 당일날 오체분시되었다. 오직 그의 방울목걸이만이 남아 내 책상을 장식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분해되고 말아버린 부활절 토끼

 

퇴근길에 비둘기가 고무오리 처럼 앉아깄길래 신기해서 찍었다. 여기 비둘기도 닭둘기화가 다 돼서 사람이 가까이 가도 신경 안쓰고 계속 저러고 앉아 있다.

 

나는 이 풍경을 정말 좋아한다. 저녁 6시 30분 쯤 되어 노을이 지기 시작할 즈음에 연구실에서 나와 집을 가는 길은 정말 행복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런 감정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빨리 탈출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퇴근길 Zurich Zentrum
퇴근길 Zurich Haupbahnhof

 

이날 기숙사 단톡방을 보는데 서로 자기 필요한 물건 이야기만 해서 흥미로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비슷할수가.

 

아무튼 이날 OpenAI Spinning Up, Orbit Framework 등에 대해 공부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날이었다. 그리고 퇴근길은 언제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