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8, 2024 | 취리히 카니발

2024. 2. 19. 08:03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전날에 마델린이 COOP 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잔뜩 갖다줘서 당분간 먹을 양식이 풍족해졌다. 하나에 적어도 7 프랑은 (한화로 만원이 넘는다) 할텐데, 아무리 싸게 구했다고 하지만 정말 고마웠다.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 너무 비싸서 한번도 못먹어봤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조합으로 빵을 먹어본 것 같았다.

 

 

오늘 취리히 카니발 마지막 날이기도 하면서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었다. 잔뜩 기대에 찬 상태로 할일은 많지만 퍼레이드를 구경하러 젠트럼으로 나왔다. 아래 사진은 구름이 잔뜩 낀 취리히 시내다.

 

 

리맛 강을 관통하는 다리 하나를 건너서 구도심으로 갔는데, 한창 축제의 열이 오르고 있었다. 스위스 사람들은 축제에 진심이라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코스프레를 하고 나오고 마을 여기저기서 공연이 펼쳐졌다. 바젤 주는 카니발을 위해서 아예 휴일을 만들기도 했다고 들었다. 아무튼 스위스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걸 본 적이 처음이었다.

 

 

 

취리히 구도심 공연

https://youtu.be/z7I6ojsV_9s

 

사실 퍼레이드 전에 조금 일찍 와버렸는데 막상 즐길거리가 많진 않았다. 코스프레라도 하고 왔어야 했는데. 길거리 푸드트럭에서 세계 각지의 음식을 팔았고 냄새가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대개 하나에 10프랑이 넘어서 돈이 아깝기도 하고 이런데에 쓸수는 없어서 그냥 동네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3주 전쯤 취리히에 막 와서 구도심 근처에 돌아다닐 때, 성피터 교회에 갔던 기억이 나서 거기로 곧장 구경시켜주겠다고 데리고 갔다. 누구든지 기도할 수 있도록 교회는 항상 개방 상태였고 고요했다.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몇명의 관광객들이 더 들어오긴 했지만 말이다.

 

교회 가장자리에 좁은 의자가 쭉 배치돼 있었는데, 거기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말해주기로 신부들이나 손님들이 앉는 좌석이라고 한다. 근데 너무 자리가 좁아서 어깨 하나 넣기도 힘든 사이즈였는데, 과연 유럽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인지는 의문이었다.

 

 

 

얼마 뒤 본격적으로 카니발이 시작됐다. 리맛 강을 따라서 카니발 행렬이 다리를 건너고 건너 동네 한바퀴를 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좋은 자리를 잡아서 편안하게 카니발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무섭게 분장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서 종이가루도 뿌리고 사탕도 던졌다. 어린애들한테는 겁도 주기도 하면서 사탕, 초콜릿, 젤리를 한가득 집어서 넣어준다. 종종 연막도 터뜨리기도 하고, 음악도 연주하기도 하면서 소규모이지만 축제 분위기가 났다.

 

 

취리히 카니발

https://youtu.be/Yk1Eo_iYPWI

 

 

사실 축제 치고는 취리히 카니발은 컨텐츠가 많지 않아서 한국인 무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다른 기숙사 친구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 친구들은 어느새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아이라이너로 그렸다고 한다.) 바에 가서 축제장에서 맥주도 좀 마시다 돌아간다고 했다. 사실 그게 옳게된 축제이긴 한데, 4월에 봄을 맞아 눈사람 녹이는 축제를 고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