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0, 2024 | 출국 1편 (인천 > 뮌헨 > 취리히)
출국을 앞두고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당장 오늘 오후 1시 30분 비행기라고 하니 약간의 긴장이 되기도 하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이유가 특별한 일이 없었기도 하거니와 심적으로 많이 피로했기 때문이다. 일기를 써야겠다 싶은 순간은 몇몇 있었는데, 지금 당장은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다보니 결국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게 되었다. 장기 출국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다 미정으로 남아있어서 부담이였고, 연구실 인턴도 곧 종료 되기에 급하게 마무리하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머릿속에 여기저기서 끝내야 할 일에 대한 잡념이 난잡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게 평소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졌다. 막상 이륙하고 보니 한국에서 지고 있었던 부담을 다 떨쳐내고 이번 학기 동안에는 새로운 계획과 과제로 다시 짤 수 있다는게 행복한 요소다.
아침에 일어나서 서울대입구역 해장국집에서 앞으로 한동안 맛보지 못할 매운 국밥을 한그릇 먹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재워준 친구가 인천공항까지 같이 와준대서 인천공항까지 내 캐리어를 같이 옮겨줬다. 짐을 많이 넣지는 않았는데 캐리어가 생각보다 묵직하니 잘 안들려서 무게 제한을 넘기겠다는 걱정이 가는길에 계속 들었다. 오자마자 위탁 수하물 2개의 무게를 쟀는데 각각 17kg, 18kg 으로 다행히 무게제한인 23 kg 에 한참 못미쳤다. 무게를 측정한 후 한껏 더 가볍게 느껴지는 캐리어를 끌고 바로 수하물을 부쳤다.
이후에도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였다. 친구한테 주문받은 젤리를 사고, 여행다닐때 필요한 어댑터를 사려고 CU 랑 여행용품 상점을 돌아다녔다. 또 국민은행 환전소에 가서 미리 신청 해둔 스위스 프랑을 받고, 인천공항 경찰센터에 가서 국제면허를 발급받았다. 숨좀 돌리고 나서 한국에서 먹는 마지막 K 디저트라 생각하고 시나몬 롤과 요거트를 먹었다.
오늘 비행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약 13시간 비행 후에 현지시각 6시 30분에 뮌헨공항에 도착한다. 다시 9시에 환승 비행기를 타서 밤 10시에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다. 루프트한자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학생 프로모션으로 23kg 위탁수하물 2개와 8kg 이내의 기내수하물, 기내에 들고타는 가방 하나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학생 복지 시스템을 굉장히 잘 갖췄다는 생각이 들어 유럽 내에서 이동할 때 자주 이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스위스항공도 루프트한자 계열사이다.
(08.02.24.) 일기를 점검하는 오늘에서야 발견한 사실인데, 오는 5월부터 스위스항공에서 인천공항에서 스위스로 가는 직항 항공편을 취항한다고 하더라. 괜히 왕복 항공권으로 미리 끊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탑승 1시간을 앞두고 출국장으로 들어가서 바로 30번 게이트 앞에 있는 라이엇 아케이드부터 찾아갔따. 정해진 미션을 완수하면 룬테라 여권 커버, 러개지 네임택, 스티커를 준다기에 바로 도전했다. 미션은 바텀에서 케이틀린으로 중급 가렌 봇을 상대로 4분에 CS 32개 이상 먹기였다. 32개는 스티커, 33개는 스티커와 네임택, 34개는 여권케이스와 나머지 보상을 모두 받는 식이었다. 2번의 기회동안 도전했는데 모두 실패해버렸다. 오버파밍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미션인데 오버파밍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아 상대 가렌한테 맞아 죽은게 실책이었다. 다시 도전하면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쉬웠다.
라이엇 아케이드 체험 부스를 마치고 면세점 구경은 하나도 못한 채로 아케이드 바로 옆에 있는 41번 게이트로 갔다. 스타 얼라이언스 멤버 항공사들이 모여있는 구역인데, 루프트한자도 스타 얼라이이언스 소속이여서 굉장히 가까웠다. 보안이 강화되어 게이트 앞에 오자마자 승무원분이 바로 티켓이랑 여권 검사를 하고 10분정도 기다렸다가 바로 비행기 탑승을 시작했다. 장시간 비행 동안 볼 영화도 저장을 안해뒀는데 살짝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로 들어가 영화 다운로드를 하려고 했지만 베이직 요금제라 그런지 다운로드가 안돼서 급한대로 디즈니 플러스를 바로 결제해 아이패드에 아바타 2와 블랙펜서 2를 다운받았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나머지는 데이터로 마저 다운로드를 받았다.
기장이 방송으로 중국의 영공이 혼잡한 관계로 제자리에 주차한 채로 30분을 더 기다린다고 했다. 모든 승객이 비행기 탑승을 마친 후에 가만히 앉아서 30분을 기다렸다. 영화를 하나도 다운받지 못한 나로서는 의외로 희소식이었다. 패드로는 영화를 다운받고, 그동안에 비행기 디스플레이에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영화를 보니까 꽤나 최신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 영화인 달짝지근해, 맨홀을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인 분노의 질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엘리멘탈, 인어공주,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들이 있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도 있었는데 좀더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 똑같은 영화를 아이패드에 빠르게 다운로드를 받았다.
자리에는 베게와 두꺼운 담요 하나씩 자리에 놓여져 있고, 앉아 있자 생수 한 병과 디스플레이에 연결할 이어폰을 나눠줬다. 30분 지연된 시간 때문에 출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비행기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메뉴판을 먼저 나눠주셨는데, 기내식을 메뉴판을 보고 선택한다는게 이코노미석이 아닌 느낌이었다. 또 다행이도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아서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었던 점도 상당히 좋았다. 덩치가 큰 국제선이라 한 줄에 좌석이 9개씩 ABC | DEG | HJK 순서로 배열되어있었는데, 나는 K 좌석에 앉고 옆 J 좌석 예약이 없어서 자세를 편하게 취할 수 있었다.
점심 메뉴로 소고기 스튜와, 한국식 고추장 치킨 덮밥이 있었는데 당연히 한국식 치킨을 골랐다. 어쩌다보니 오늘 아침에 먹은 국밥이 마지막 한식이 아니게 되었다. 밥은 따뜻하니 나쁘지 않았고, 음료로는 오렌지주스랑 여행 느낌 내보려고 스파클링 와인을 하나 부탁했는데 화이트 와인에 탄산만 추가한 느낌이었다. 알코올 냄새가 위장 내용물을 게워내기 딱좋은 농도라 약간의 홀짝만 해보고 바로 마시기를 그만두었다.
중국 상공을 비행하는중인데 정말 신기한 지형이 많다. 내가 본 모든 지형에 대해 설명해보고싶어서 이건 다음 글로 남기기로 한다. 비행기를 타는 중간에 모두가 창문을 닫고 자는사람이 많아져서 어쩔수 없이 나도 창문을 닫고 항공기 외부 카메라로 창밖의 광경을 볼수밖에 없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해가 지지 않고 어떻게든 떠있는것으로 보아 하루를 절약하는 절차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가는길에 3시간 동안은 창밖을 구경하다가 나머지 시간에는 창문을 닫고 블랙펜서 2도 봤다. 영화가 몰입도 안되고 스토리가 상당히 별로였다. 영화가 지루해질 쯤에 친구가 스위스 여행전 선물해준 스위스 여행 가이드 책을 한번 쭉 훑어봤다. 장기체류할 예정인 나로서는 패스에 대한 정보나 비싼 관광지에 대한 정보보다는 스위스 전반의 지리적인 정보나 관광지별 추천 여행 시기, 한국이랑 다른 주의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녁으로는 또 비빔밥이 나왔다. 내 최후의 한식은 계속해서 미뤄지는 듯 했다. 고추장 페이트를 전부 짜서 뜨끈한 밥이랑 야채랑 비벼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또 여행 중간에 음료랑 간식거리를 자주 챙겨줬다. 그렇다고 자는사람을 깨워서 주진 않고 자고 있으면 그냥 지나가셨고, 깨있는사람들은 정말 배고프지 않게 비행할 수 있을것 같다. 특히 초콜릿을 끊임없이 챙겨주는데,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걸 감안해도 너무 많아서 당뇨가 걸릴것 같았다.
흑해를 비행할때 (뮌헨까지 2시간 정도 남은 위치) 내쪽 창가에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는데, 눈덮인 산맥과 구름, 흑해 바다, 그리고 유럽 창공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들까지 모든게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사진을 빨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저녁을 먹고 가는길에 초콜릿을 까먹으며 계속 창밖을 바라보다 14시간의 비행 끝에 뮌헨공항에 도착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글로 적기로 하겠다.
출국 2편
2024.02.08 - [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교환학생일기)] - Jan 30, 2024 | 출국 2편 (인천 > 뮌헨 > 취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