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1, 2024 | 취리히 탐방기 (1)
취리히에서 맞는 첫 아침이다. 붉게 물든 도시의 건물들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을 보면서 내가 스위스에 와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캐리어에 들고온 컵반 황태국밥을 먹고 취리히 시내로 향하는 트램을 타러 갔다.
스위스에서는 요금을 지불할 때, 버스나 트램에 탈 때마다 돈을 지불하는게 아니라 버스/트램 정류장이나 기차역에서 원하는 경로의 티켓을 먼저 끊고, 그 경로에 해당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다. 어떻게 보면 편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편도로 한번 움직일 때마다 요금이 4.6 프랑 (약 7,000원) 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요금이 만만치 않게 든다. 따라서 취리히 중앙부인 Zone 110 이내에서 24시간동안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탑승 가능한 데이 패스를 끊었다. 가격은 9.2 프랑 (약 14,000원) 으로 왕복 티켓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면 일권을 끊는게 더 이득이다.
스위스 대중교통이 신기했던 점이, 대중교통을 탈 때 돈을 내지도, 카드를 찍고 타지 않는다. 단지 티켓을 소유한 상태로 누군가 나에게 티켓을 보여주라고 요구할 때 티켓을 가지고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탑승객의 지불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개개인의 양심을 믿는 시스템이었다. 따라서 버스나 트램에 문이 앞, 중간, 뒤로 여러개가 달려 있고 어느 문으로든 편하게 타고 내릴수가 있다.
패스를 끊고 처음 간 곳은 취리히 중앙역이었다. (Haupbahnhof Zurich, oder HB Zurich) 이곳의 SBB 사무실을 방문해 나이 인증을 받고 (25살 이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SBB 카드를 기숙사로 배송시켰다.
중앙역 근처의 COOP 슈퍼마켓에 들려서 스위스 물가도 체험해보고, 한국에서는 못보는 어떤 물건을 팔고 있을지 구경해보기로 했다.
마트를 탐방해봤을 때 과일이나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빵 종류는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했다. (한국 식료품 물가가 말도 안되게 비싼 편이긴 하다.) 스위스산 목축 우유 1L 가 싸게는 1.65 프랑 (약 2,400원) 이고, 사과, 아보카도, 바나나, 파인애플, 베리, 오렌지, 자몽과 같은 과일들은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또한 갖가지 종류의 치즈와 햄을 파는데, 치즈와 햄 코너 각각이 우리나라 마트 수산물, 정육 코너와 같이 구역이 크게 따로 마련되있을 정도이다. 스위스에서 돌아가기 전에 모든 종류의 초콜릿, 치즈, 햄은 먹어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 가격도 프렌치 크로와상 하나에 1,500 원, 저렴한 호밀빵들은 1,000 원 이내로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빵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빵이랑 우유만 먹으면서 버티면 스위스에서도 살만 할 것 같다는 건방진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 돼지, 닭을 비롯한 육류나 사람들의 손길이 들어간 샐러드, 핫도그 같은 음식들은 15,000 원이 넘을 정도로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왜 스위스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가져가고 외식을 하려 하지 않는지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
이후에 Polybahn 을 타고 올라와서 교환학기 동안 다니게 될 ETH Zentrum 캠퍼스를 친구가 같이 다니면서 소개시켜줬다. ETH 메인 빌딩과 그 옆에 있는 UZH 의 메인 빌딩도 물론 아름답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취리히 시내의 모습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친구는 다음 월요일에 시험이라 공부를 하러 가야 해서, 남은 시간 동안 혼자서 시내를 돌아다보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그 짧은 오전 중에 교통패스를 해결해주고, SBB 카드를 신청해주고, 취리히 관광 명소도 알려주고, 점심을 살수 있는 가게도 소개시켜주고, 캠퍼스도 소개시켜주고, 데이터 없이도 지도를 볼 수 있도록 지도 다운로드, 트램 이용 방법 등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준비시켜 준 것 같다. (고맙습니다.)
아까 들렀던 COOP 으로 다시 돌아가 점심으로 먹을 빵 2개와 500 mL 우유를 사서 Limmat 강 옆에 있는 벤치아 앉아 점심을 먹었다. 빵과 파이, 우유의 크기가 상당히 큰데도 저렴해서 총 4.4 프랑 (약 6,600 원) 밖에 하지 않았다. 한국의 제빵과 낙농유통업체들은 반성할 필요성이 있다. 돌아다니다가 아무 벤치에 앉았는데 그곳에서 보는 취리히 시내의 풍경조차 아름다웠다.
점심을 먹고 일어나서 리맛 강을 따라 취리히 호 쪽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날씨가 상당히 오묘해서 해가 있는 취리히 호쪽을 바라보면 날이 상당히 흐린데, 태양의 반대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푸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청명한 하늘과 강을 볼 수 있었다. 푸른 강과 그 양쪽으로 솟아있는 유럽풍 건물들과 그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리맛 강을 따라 걷다가 취리히 호에 도착했다. 호수에는 백조와 오리들이, 길거리에는 비둘기까지 서로 섞여서 놀고 있었으며, 사람들도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겨울인데도 상당히 날씨가 온화해 밖에서 놀기에 좋아 보였다. 심지어 반팔,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고 수영복 차림으로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리히 호를 따라 쭉 걷다보면 취리히의 부촌인 졸리콘 (Zolikon) 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호수를 따라 휴식을 즐길수 있도록 공원이 길게 쭉 뻗어 있다. 겨울인데도 잔디는 푸르고 곳곳에 새가 돌아다니고 있으며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비둘기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 볼 수 있었는데, 비둘기와 비둘기 사이에 은근슬쩍 껴있는 오리들이 밥을 얻어먹는 장면은 상당히 재밌었다.
취리히에서 보는 모든 공간이 아름다웠고 그 모습에 감탄해서 쉬지 않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다가 핸드폰이 다 방전되어서 핸드폰을 충전하러 다시 ETH 캠퍼스로 돌아갔다.
2024.02.12 - [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교환학생일기)] - Jan 31, 2024 | 취리히 탐방기 (2)
Jan 31, 2024 | 취리히 탐방기 (2)
배터리가 없어서 ETH 캠퍼스로 돌아와 1시간 정도 핸드폰을 충전하고 휴식을 취했다. 다시 힘을 얻어 ETH 건물의 뒷편으로 나왔다. ETH 소개자료에 그려져 있는 상징적인 건물인데, 앞부분이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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