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02, 2024 | 루가노 Lugano

2024. 6. 5. 08:38역사서 2024년/6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아침 8시 30분 기차를 타고 루가노로 출발했다. 루가노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이탈리아어권 스위스 지역이다. 칸톤 티치노 안에 속해 있다. 취리히에서 기차를 타고 직행으로 이탈리아 밀라노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루가노 기차역에 내린 순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루가노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광경이 그대로 내 눈앞에 있었다. 마을의 전경은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반반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지어 취리히에는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알프스를 건너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햇살도 굉장히 강했다. 완전 럭키비키였다. 

 

 

이탈리아어권 지역 답게 길거리에 젤라또를 파는 상점이 많았다. 이날 찾은 젤라또 중 가장 저렴한게 한 스쿱당 3.5 프랑으로, 약 5천원이 넘는데, 가성비로서는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이탈리아를 왔는데 (사실 스위스임) 젤라또를 먹지 않고 돌아올 수는 없어서 돌아가기 전에 베스트 젤라또 가게를 찾아 들어가기로 했다.

 

 

완전 유럽 느낌이 나는 거리와 광장을 지나서,

 

K-감성 사진 찍는 법도 알려주고,

 

마을을 구경하는데 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날인 것 같았다. 완전 애기같은 선수들이 사이클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위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열심히 중계를 해주는데 역시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수상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라서 너무 페달 보트가 타고 싶었다. 사실 오늘 티치노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싶었는데, 비가 올 것 같아서 무겁게 수영복과 수건을 챙기지 않았다. (아쉽다.) 사실 친구 중 한명이 수영복을 챙겨와가지고 빌려준다기에 잠깐 고민했는데, 취리히 호랑 다르게 아무도 수영을 하고 있지 않아서 이번 기회는 포기했다. 

 

1시간 당 한사람에 5프랑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페달보트를 탈 수 있었다. 역시 취리히만 벗어나면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 같다. 

 

열심히 보트를 수동으로 운전해서 항해하던 중, 완전 까리뽕쌈하게 생긴 자동차를 발견했다. (사실 보트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나 디자인이 완전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자동차 같았다. 파란색, 빨간색 등 다양하게 있는 듯 했다.

 

우리의 목표는 저 끝에 보이는 분수를 향해 가는 거였다. 막상 가까이 가보니 분수 높이가 장난이 없었다. 물줄기 한번 맞는 순간 배가 침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하지만 용감한 우리는 그래도 물줄기가 떨어지는 방향을 피해 죽음의 보리보리쌀을 했다. 바람이 바뀔 때 심장이 쫄깃한게 나름 재미있었다. 영상은 찍어뒀는데 우리가 너무 애같이 놀아서 올리기에는 창피하다. 아무튼 유효 반경 안에 물줄기 방향을 잘 피해서 들어갔다 나왔다. 

 

물을 맞고 나와서 행복한 나.

 

어떻게 이런 동네를 싫어할 수 있겠는지.

 

은퇴한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건물과 거리가 화려하고 동네가 정말 고급스러운 시골 느낌이었다. 

 

사실 아는 바가 없어서, 그룹 투어 온 인파에 끼어서 잠깐 설명 듣고, 아 이게 유명한 거구나 하고 구경하고 나오고 그랬다. 이것도 이름은 모르는데 유명한 성당이래서 들어갔다. 모기향같은 접시에 성수가 놓여져 있었다. 어떻게 쓰는지 몰라 손가락 끝에만 뭍이고 나왔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성당에도 들어가 봤는데 요건 15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정말 중세 느낌이 나는 성당이었다. 

 

버스를 30분이 넘게 기다리는데 자전거 때문에 교통 통제를 당해서 지연이 무한히 길어지는 버그가 걸렸다. 그래서 그냥 페리를 타고 Morcote 로 이동하기로 했다. 페리로는 1시간이 걸리지만, 호수를 가로질러서 구경하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그게 그거인가 싶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귀여운 백조가 사람들 사이에서 재롱을 부리면서 먹을걸 얻어먹길래 나도 조금 놀아줬다.

 

완전 귀여운 백조

https://youtube.com/shorts/Wok8iK301AA

 

그리고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스위스 페리이다. 스위스 교통권에 모두 무료로 포함이 되어 있으니, 하루 3만원인 프렌즈 패스를 이용하면 하루종일 페리 투어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잠깐 이탈리아에 와서 행복한 나.

 

잠깐, 무슨 이탈리아냐고? 루가노 안에는 조그만한 이탈리아 땅이 있다. 어차피 배타고 호수만만 건너면 다시 이탈리아인데 왜 이런 마을을 만들었나 모르겠다. 아무튼 지명도 완전 이탈리아스럽다. Campione d'Italia. 배타고 스위스 -> 이탈리아 -> 스위스를 순식간에 오갈 수 있다.

 

페리를 타고 Morcote 에 도착했다. 정체는 모르지만 절벽에 지어진 예쁘고 오래된 건축물이 있었다.

 

페리에서 보는 모코테

https://youtube.com/shorts/0CG_mB0L2Pc

 

진짜 오래되어 보이는 유럽식 골목을 지나가서, (얘네는 벽에서 데이지 같은 들꽃도 자라는데, 무슨 다육 식물이 빼곡하게 자라 있다.)

 

이런 성으로 가는 길을 올라가면,

 

짜잔, 사실 성당이었다. 성당에서 모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장소라고 한다. 

 

그리고 얘네는 선인장을 왜이렇게 좋아하나 모르겠다. 여기저기에 커다란 선인장이 있다. 

 

세상을 흔드는 그네가 있다고 해서 조금 더 올라왔다. 갑자기 구름이 드리워서 하늘에서는 2분마다 번개가 치는데도 마을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기서 세상을 흔드는 그네를 좀 타주고, (Swing the World) 손을 놓치면 바로 절벽행이니 조심해야 한다.

 

골목에서 대놓고 식빵굽는 고양이도 구경하고,

 

완전 귀여운 소 티셔츠고 구경하고,

 

버스를 기다려 타고, 스위스 미니어처가 있는 중간 마을로 돌아갔다. 기다리는 동안에 피스타치오맛 젤라또도 먹었다. 나는 나름 맛있었는데 진짜 피스타치오는 아니라고 한다. 

 

스위스 미니어처 파크가 오후 5시 30분까지밖에 안 연다고 해서 안타깝게고 입장은 못했다. (사실 입장료를 보자마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는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옆 어린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돌아갔다. 

 

MIT 걸 헤이즐과 함께하는 거의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알트슈테튼 역에서 싸움이 있었는데, 대충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저 위에 있는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분한테 니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흑인 형님이 빡쳐서 바닥에 점퍼랑 에어팟이랑 다 내팽겨치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남자를 잡은 다음 후두려 팼다. 사람들이 말려서 금방 제지 되었고, 경찰도 30초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해서 상황이 빠르게 정리 되었다.

 

저 백인 남성은 친구랑 통화하면서 니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맞았다는 변명을 했다.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아 진심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옆에 정의로운 할머니께서 그 남자에게 손가락으로 삿대질과 잔소리를 해주셨다. 흑인 남성은 경찰에게 제지되어 계단 밑으로 내려왔는데, 남자에게 끝장내줄게 내려와, 왜 니거라고 했어 라면서 흥분을 주체하질 못했다. 그래도 인종차별 상황에 대해 희진적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이나마 멋있어 보였다. 

 

쉽게 보기 힘든 싸움 구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