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3. 09:49ㆍ역사서 2024년/3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마을 옆에 넓은 공간이 있길래 다들 깊은 눈에 정신을 못차리고 눈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1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면서, 정강이보다 깊이 쌓인 눈밭 위에서 눈싸움을 즐겼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잠깐 가방이랑 스키 폴대를 놔뒀는데 진짜 5분이면 하얖에 덮여서 잃어버릴것만 같았다.
알프스 산맥에서 하는 눈싸움은 이런 느낌
https://youtube.com/shorts/ylr1FsNT7iA
그러고 나서 눈싸움만 하다 돌아갈 수는 없으니 가까운 다른 베이스로 산행을 하기로 했다. 근데 눈이 잘 치워지지 않은 곳에는 눈이 무릎까지 푹푹 들어가는데다 눈보라가 불어서, 시야가 잘 안보여서 시작부터 살짝 위기이긴 했다.
누가 사진을 정말 잘찍어줬는데, 눈앞에 두꺼운 눈이 계속해서 쏟아지니까 체감상 이런 느낌이다. (흰색밖에 안보인다.)
눈보라 속의 등산
https://youtube.com/shorts/Lck5xN46Dv8
길가다가 눈이 너무 깊어서 결국 신발이랑 바지랑 다 젖어버리고, 옆에 이글루같이 생긴걸 찾아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원래 스키 코스인것 같은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이 경로는 잠시 폐쇄한 듯 했다. 그래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이글루까지 가는 길은 눈이 다져지지 않아서 눈을 밟으면 무슨 엉덩이까지 쭉 들어갔다.
다행히 이글루 안은 눈보라가 안불어서 엄청 따뜻했고, 바람소리가 잦아들어서 서로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다들 눈이 한가득 묻은 머리와 배낭을 털어주고 (턴거 맞아?) 다시 산행에 나섰다. 아래에 하산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가야 할지 정보도 좀 물어보고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뭐 말할것도 없이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어느정도 가니까 숲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흰색 말고 초록색과 검은색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곧게 뻗어있는 침엽수림은 눈과 정말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솔방울이 주먹만하길래 하나 따고 싶어서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한발만 딛었는데 발이 그대로 엉덩이까지 쭉 빠져서 솔방울 수집은 포기했다.
호빗에서 간달프가 던진 불타는 솔방울마냥 거대해서 진짜 하나 갖고 싶었는데, 신발이 안젖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에, 다음에 제대로 된 방한 장비를 갖추고 따러 와야 할 것 같았다.
눈덮인 산책로
https://youtube.com/shorts/x_iJQUmq_s4
또 숲에 난 산책로로 들어오니까 다른 느낌이었다. 눈을 맞을때랑 다르게 마음이 안정돼서 그런지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고요했고, 가끔씩 나무에 잔뜩 쌓인 눈이 떨어지긴 하는데 그때 나는 챡 소리만 제외하면 정말 평온한 공간이었다.
눈내리는 숲길
https://youtube.com/shorts/yu67j0GQrFc
그래도 어찌저찌 가까운 마을에 도착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여전히 아랫마을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좀 춥기는 했지만 발이 얼어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겨울산행 재밌긴 했는데, 다음에는 신발 위쪽을 가릴 수 있는 스키 바지라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이랑 바지가 젖는 문제 때문에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 마을에 가서 알레치 빙하를 보고싶은 마음에 관광안내소에서 CCTV 영상을 봤는데, 정말 그레이스케일 회색 화면밖에 안보였다. 안내소 직원분이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보라길래 모니터를 보기 전 2초동안 정말 기대했는데, 회색 화면을 보고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 이해하기까지 좀 걸렸다. 정말 인상깊은 장면이었고 여름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정도 돼서 빙하가 곧 녹아버리나는데 이 경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상당히 힘든 하루였고, 등산 경로도 길진 않았지만, 눈보라 속에서 등산해봤다는 경험과 예쁜 숲길에서 걸었던 기억을 감안하면 가치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알레치 빙하는 꼭 보러 오길 바란다. 이만.
2024.03.23 - [역사서 2024년/3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 Mar 10, 2024 | 알레치 Aletsch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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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Tiffany 친구가 등산 모임에 초대해줘서 스위스 알레치 빙하에 등산을 가기로 했다.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 지역 최대의 빙하로 높은 알프스 산봉우리 사이의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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