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6. 09:42ㆍ역사서 2024년/3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오늘 아침 7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가기 위해 새벽 4시 반쯤에 버스를 타고 취리히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고된 여정을 마치고 기숙사에 늦게 도착해 저녁을 먹은 뒤에, 집을 청소하고 짐을 다 싸고 보니 새벽 2시 쯤 되어버리고 말았다. 잠들어버리면 2시간만 자고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아예 밤을 새고 새벽에 여유 있게 집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해서 위탁수하물을 부친 뒤에 일찍 보안검색을 마치고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취리히 공항에서 면세점이랑 기념품점도 들러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밤을 지새운 뒤에 해가 뜨는 걸 보니 너무 피곤해서 잠깐 정신을 잃었는데 어느새 영국에 도착해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영국은 땅과 바다가 융화된 듯한 모습이었다. 땅과 강, 바다가 높이 구분 없이 서로 얽혀서 갯벌과 같은 해안선을 만들고 있었다.
공항에서 나와서 그 유명한 런던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지하철과 시설이 너무 낙후되었고 지하철 내부에서 통신이 터지지 않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지하철의 시발점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사실 공항에서부터 지하철 타는 곳까지 게이트가 하나도 없어서 내릴때 내나 보다 하고 탔는데, 열차 끝에서부터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표를 검사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히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즈음에 내가 환승해야 할 역에 도착해서 10초 정도 의미없는 카드를 주섬주섬 꺼내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내려버렸다. 그래도 쫓아오진 않으셔서 벌금을 물지는 않을 수 있었다. 게이트가 없는 지하철을 탈 때는 노란 태그기를 찾아서 후불 카드를 찍어야 한다. 지하철을 처음 타는 사람으로서는 그걸 찾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환승 역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서 태그기 위치를 찾고 정당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다른 친구들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마트에 잠시 다녀와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아침에 첫 일정을 시작하러 타워 브릿지를 향해 지하철을 타고 떠났다.
10:00 AM | 타워 브릿지
타워 브릿지 근처 지하철역에서 막 나왔을 때 롯데월드 타워가 보였다. 제주도에서도 보인다는 음모론이 있던데 런던에서도 보인다니 신기했다. 당연히 런던에 있는 건축물이지만 나중에 런던 곳곳에서 보이니까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타워 브릿지로 가는 길에 런던 타워 성을 지나쳤다. 중세 성처럼 돌로 차곡차곡 쌓인 성처럼 보였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안과 주변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울을 보는 듯했다. 티켓을 사기 위해, 그리고 성 안으로 입장하기 위해 서있는 길다란 줄을 보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원래 웅장한 건축물은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밖에서 보는게 더 아름답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를 대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길을 따라 좀 더 가니 타워 브릿지가 보였다.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니만큼 상당히 웅장하고 건물의 장식에서 굉장한 디테일을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돌로 쌓인 다리인데 다리를 지탱하는 현수선이 쨍한 색의 페인터로 칠해져 있어서 살짝 어울림에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걸어가면서 보는 타워 브릿지는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햇빛이 역광으로 비추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을 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리 반대쪽으로 건너가서 구경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타워 브릿지 구경을 마치고 버로우 마켓을 구경하러 이동했다. 템즈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초고층 건물이 모여있는 지구도 보고, 해군 함선도 보고, 여러 조각상들도 볼 수 있었다. 강물은 똥색으로 상당히 더럽긴 한데, 우버 보트가 강 사이사이를 다니면서 사람들을 강 위에 태우고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강 옆으로 내려와서 노는 사람들도 있었다.
11:00 AM | 버로우 마켓
템즈강을 따라 걸어와서 11시 쯤에 버로우 마켓에 도착했다. 평범한 시장처럼 여러 상점의 상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 치즈, 소세지, 야채, 주스, 커피, 빵 등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그중에서 오이스터 바가 있길래 생굴을 맛있게 조리해주나보다라고 생각하고 먹어보고 싶긴 했는데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 때문에 이곳에 다시 오기는 싫어졌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이야기가 돼서 친구들은 식당에 앉아 점심을 먹고, 나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 멧돼지 훈제 살라미를 사서 뜯어먹고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시장 구경을 더 하고 싶어서 서로 딱 붙어서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이동하던 중에 호준이가 소매치기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인해 휴대폰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순간에 일어난 일 때문에, 그 이후에 핸드폰과 지갑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힙색 안에 철저하게 보관하게 되었다. 이후로 사람이 많은 곳은 불안해서 지나다니기에 꺼리게 되었다.
12:00 PM | 리버풀 스트리트 스테이션
점심에 살짝 일찍 도착해서 리버풀 스트리트 스테이션 앞 맥도날드에서 마크를 기다렸다. 중간에 가방을 한 번 정리했어야 했는데 방금 일이 있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CCTV 가 철저하게 깔려 있는 고급 쇼핑물 한가운데서 가방을 정리했다. 그 와중에도 가방이나 핸드폰 하나조차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긴장을 하면서 짐을 풀고 쌌던 것 같다.
리버풀 스트리트 스테이션은 물론 낡긴 했지만 정말 많은 인파와 기차가 움직이고 웬만한 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역이었다. 근처 러쉬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서 내 짐을 지키면서 마크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하던 마크를 거의 2년만에 만나고 런던 투어를 시작했다. 각종 건물들과 동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현지인의 추천과 요즘 런던 사람들의 여가 트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점점 한국 문화와 비슷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런던에 왔는데 피시 앤 칩스를 먹고보고 싶어서 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갔다. 가격이 대구랑 감자 프라이 가격이 22프랑으로 정말 살인적인 가격이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해물과 감자 프라이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어서 가치가 있었다.
02:00 PM | 빅밴, 런던 아이, 웨스트민스터 구경
나머지 일정에서 보기 힘들 것 같아서 이번에 마크랑 같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구경하러 갔다. 근처에 있는 빅밴도 보고, 웨스터민스터도 보고, 모두 시간이 늦기도 했고 예약을 하지 않아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너무 피곤해서 근처 잔디밭 벤치에 걸터앉아서 잠시 꿀잠도 잤다. 날씨가 너무 따듯하고 좋아서 어딜 가든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고 잔디밭에 누워서 쉬기만 해도 따뜻하니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런던 아이를 따라 걸어가는 중에 LT (런던 극장) 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크가 말하길 여기서 하는 공연의 종류도 항상 바뀌고 정말 많은 컨텐츠가 있어서 상당히 좋아하는 거리라고 한다. 실제로 갔을 때 책을 파는 마켓이 곳곳에서 열려 있었고,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재치와 실력이 상당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04:30 PM | 차이나타운, 웨스트엔드 구경
부족한 당분을 보충하기 위해 버블 밀크티를 마시러 차이나타운로 향했다. 여기에 정말 많은 한국 식당들과 아시안 마켓, 그리고 저렴한 중식과 일식 식당도 많다고 하니 런던에 있을 때 자주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취리히랑 다르게 한인 마트에서 가격은 한국이랑 비슷하게 팔고 있었다. 필요한게 있으면 준비해서 여기서 잔뜩 사가는게 좋을 것 같다.
마크가 서울에 왔을 때 한국에서 놀았던 것을 회상하면서 버블티도 마시고, 인생 네컷도 찍고 재미있게 놀았다. 영국 기념품점이랑 해리 포터 테마샵도 구경 하고, 아시안 식당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면서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이야기들까지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간 일행들이 늦게 와서 함께 저녁을 먹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저녁 7시가 다 되어 헤어졌다.
남은 시간 동안 차이나타운과 웨스트엔드를 혼자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길거리 사이에서 뮤지컬을 보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보고, 가성비가 괜찮은 기념품들도 몇개 건지고,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저녁에는 다같이 만나서 한식 식당에서 먹었다. 밤에 야경을 보러 시내에 나와서 런던 아이랑 빅밴을 보고 집에 들어와서 일기를 쓰고 하루를 마루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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