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6. 09:42ㆍ역사서 2024년/3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오늘 아침에 느긋느긋하게 나와서 숙소의 짐을 정리하고 다음 숙소로 옮겼다. 원래 묵었던 숙소는 거의 모든 가게마다 아랍어로 써져 있고 심지어 지하철 간판에도 영어 아래에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그때까지는 아랍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가보다 싶었다. 새로운 숙소는 하이드 파크 위쪽으로 잡았는데, 또 가는 길목마다 영어와 아랍어로 써진 간판이 많이 있었다. 이정도면 영국에서 2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공식 언어가 아랍어가 아닌가 싶었다.
체크인을 하기에는 시간이 좀 일러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점심으로 피시앤 칩스를 또 먹으러 갔다. 매 끼니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영국에서 먹는 피시 앤 칩스는 특별하니 이때 많이 즐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는데, 뒷문으로 입장을 한 터라 건물이 담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나중에 관람이 끝나고 찍은 사진을 참고용으로 먼저 첨부했다.
박물관의 규모가 지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하고 거의 4시간을 투자했고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도, 그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모두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오디오 가이드에서 추천해주는 대표 유물 10개를 먼저 보고 남은 시간 동안 자세히 보고 싶은 유물들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 결과적으로는 대표적인 유물들을 대강 기억해놓고 있다가 가이드 없이 천천히 둘러보는게 나았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10대 유물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그 넓은 박물관을 한바퀴 빙 둘러보느라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들고, 빼곡히 놓여 있는 유물 사이에서 그 유물 하나를 찾는 과정이 너무 피곤해서, 이미 테마 별로 나뉘어 있는 박물관의 세션을 하나씩 천천히 보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화려하고 기억에 남는 유물들을 문명별로 대략적으로 기록해보겠다.
이집트: 로제타석, 스핑크스, 카테벳의 미라
그리스: 원반 던지는 사람, 웃고있는 두상,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 월계관
아시리아: 사자 사냥, 라마수 석상
수메르: 사자, 오벨리스크, 쐐기문자 석판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아프리카: 토템, 방패
아즈텍: 쌍두사, 토템, 조각
동남아시아: 춤추는 시바, 타라
중국: 청룡 백자
한국: 달 백자
기타 신기한 유물들:
리쿠르고스 잔
노르웨이 바이킹 뿔피리
자연 미라
그리스 문명 이탈리 지역 조각상 및 유물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아예 보지도 못한 유물도 너무 많고, 대충 가볍게 훑어보고 넘어간 유물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와서 익숙한 유물들이라도 자세히 구경하고 설명을 들어보려고 한다. 어디에선가 그림으로 보거나, 이름은 들어봤는데 싶은 유물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또한 전시관에 다른 문명의 신전 또는 유적지에서 뜯어온 벽들로 박물관의 벽과 기둥이 장식되어 있고, 오벨리스크와 같은 각 문명의 거대한 유물들도 여기저기에 아무렇지 않게 세워져 있다. 다른 유물들은 말 할 필요도 없이 잘 알려진 유물들이 유리 전시대 안에 빼곡하게 세워져 배치되어 있는데, 각 테마 전시실 하나가 한 나라의 웬만한 박물관보다 유물의 양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 각 유물들도 하나만 약탈해온게 아니라 각 종류를 여러개씩 가져와서 진짜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느낌도 들정도이다. 유명한 유물이 하나만 있으면 특이하다는 생각이라도 들텐데, 대영박물관에서 느낀 것은 한 종류의 유물 여러개와, 비슷한 유물 또 여러개, 또 그것과 비슷한 유물 여러개가 한번에 무더기로 전시되어 있다. 아무튼 양도 많고 종류도 많고 너무 거대한 박물관이다.
예를 들어 이집트 문명 같은 경우에는 거대한 기둥들만 여러개가 세워져 있고, 온갖 종류의 스핑크스에, 1층, 3층 합해서 못해도 20개는 되는 미라 관, 각종 벽화 등등이 있다. (다 보지도 못해서 열거하지도 못한다.) 그리스 문명 같은 경우에는 파르테논 신전, 할리카르나소스의 영묘 내의 수십개의 조각상, 벽을 뜯어내서 옮긴 조각들, 신전의 일부를 뜯어서 박물관의 벽을 따라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아시리아는 사자 사냥이라는 벽면 조각으로 여러개의 방과 복도를 쭉 이어 놓았는데, 한 작품으로만 여러개의 방과 복도 벽면을 꽉 채운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각 문명별로 테마를 만들어 놓았는데, 각 문명의 유물을 놓기에도 그 넓은 박물관이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한국은 그래도 약탈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전시되어있는 물건들은 밥그릇, 동전, 활자, 전통 놀이, 불상과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웨스트엔드로 겨울왕국 뮤지컬을 보러 갔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것밖에 표현을 못하는게 아쉽긴 한데, 겨울왕국의 스토리를 뮤지컬에 맞게 잘 개량했다. 비중이 없는 사람들의 대사도 노래로 만들어서 연출하고,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의 심경을 독백과 같은 노래로 만들어서 영화를 봤을 때 추측하는 주인공들의 생각과 감정을 노래를 통해 전달 받을 수 있었다. 노래도 영화에서 들어봐서 익숙한 노래들과, 뮤지컬에서 창작해낸 노래의 소재들이 어루러져서 많은 음악적 감동과 즐거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엘사의 마법 연출과, 엘사가 드레스 체인지하는 장면은 깜짝 놀랄 수준의 화려함이었고, 올라프와 스벤의 등장은 소재를 정말 재미있게 뮤지컬로 잘 풀어낸 느낌이었다. 특히 안나가 얼어붙기 전 모든 주인공들의 절박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영화로서는 불가능한 표현으로 각자의 심정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아무튼 뮤지컬도 재미있게 본 뒤에 차이나타운 근처의 펍에서 주스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푹 쉴 예정이다. (일기를 쓰느라 아직 쉬지 못하고 있다.)
한 일을 목록으로 만들었을 때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대영박물관에서 본 모든 유물들과 뮤지컬에서 받은 감동을 생각해봤을 때 오늘 겪은 경험의 양은 어느때보다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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