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2. 04:45ㆍ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오늘 Pizol 이라는 산으로 스키를 타러 가게 되었다. 지난 며칠동안 스키 파츠 모으느라 고생했는데, 그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Moris 라는 친구가 주최하고 친구들을 모아 총 11명이 가게 되었다. (그중 무려 5명이 한국인이다.)
6시에 기숙사 1층에서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에 5시에 일어나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30분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서 빠르게 샤워하고 나와서 스키 장비와, 가서 먹을 에너지바, 건청포도, 물 등을 챙겼다. 6시가 거의 다 돼서 1층을 내려가보니 다들 바쁘게 점심을 제조하는 중이었다. 10분정도 시간이 있다 그래서, 나도 빠르게 다시 방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챙겨서 급하게 샌드위치용 빵, 치즈, 햄을 담았다. 원래 빵을 가르고 그 사이에 넣어야 하지만 시간이 급해서 대충 집어 넣고 닫았다. 그리고 저번 경험을 토대로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빵위에 남은 치즈, 햄을 얹어서 먹었다.
트램, 기차,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반 정도를 가서 Bad Ragas 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Pizol 산에 스키를 타러 가기 위한 입구의 역할을 하는 마을이었다. 산에 올라가기 전이었는데도, 기차에서 보이는 마을과 산의 모습, 마을에서 올려다보는 뾰족한 산의 웅장함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스위스 마을은 전체적으로 평평한데 반해 산들은 전체적으로 뾰족하게 급경사를 이루며 올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높은 산을 올려다보자니 경이로움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Feb 10, 2024 | On the Train Heading to Pizol
친구들 중 몇몇은 렌트를 하러 가야 했어서 일행과 따로 움직였는데, 나도 스키의 부츠 결합부 사이즈를 맞추러 같이 따라갔다. 같이 마을을 좀 걸어서 마을에 있는 스키 렌탈샵으로 갔다. 토요일은 8시 반에 여는데 우리가 마을에 7시 40분에 도착해서 샵까지 걸어갔는데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coop 에 가서 먹을것들을 사먹었다. 27분경에 주인분이 도착하셔서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연결부 조정만 부탁하려 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침에 스키 복장을 갖춰입고 스키, 부츠, 폴, 헬멧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장갑이랑 넥워머를 챙겨오는것을 깜빡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장갑을 안챙긴것에 대해 자책하다가 장갑을 하나 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데, 제일 싼 장갑이 CHF 69.00 (한화 약 10만원) 이었다. 친구들이 스키를 렌탈할 30분동안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전혀 예쁘지도 않은데 너무 바가지를 씌운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그전에 스키 연결부 길이 조절을 부탁드렸는데 몇번 만져보시더니 단칼에 거절하셔서 조금 마음이 상한 영향도 있었다. 근처 마을을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모든 가게에서 결국 그 스키샵을 가라는 말밖에 못들었다. 너무 작은 마을이라 스키샵으로는 독점적인 구조로 보였다.
결국 아무 소득을 올리지 못한채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버스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동안 마을을 둘러보는데 산과의 조화가 굉장히 아름다웠다. 기다리는동안 Bad Ragaz 라는 산에 가서 미리 스키를 타고 있던 일행이 설질이 너무 안좋아 스키 코스가 대부분 닫았다고 해서 Wangs 쪽 슬로프로 이동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역으로 돌아가 Wangs 로 이동해 리프트를 타고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Pizol 스키장 렌탈샵에서 길이 조절을 부탁드리고 장갑도 구매했다. 스키가 망가져서 다치는건 책임을 못진다고 하셨지만 흔쾌히 조정을 해주셨고, 스위스의 + 가 박힌 예쁜 장갑도 CHF 34.9 으로 구매했다. (약 5.5만원) Bad Ragaz 에 비해 후한 인심과 적당한 가격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고, 장갑을 또 구매하는게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기념품으로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Feb 11, 2024 | Mountains at Bad Ragaz
모든 준비를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경치를 둘러보는데, 정말 이게 설산이구나 싶었던 광경이 펼쳐졌다. 모든 봉우리가 하얗게 덮였고, 근처에 나무 한그루도 없이 하얀 언덕이 이어졌다. 저번에 갔던 Stoos 산에 비해 더 높고 (제일 높은 슬로프 기준 해발 2227 m) 완전히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산사태로 흙이 쏟아져내린 흔적도 보였다. 먼저 출발했던 일행은 우리가 도착한 후 30시간 정도 후에 도착한다 그래서 먼저 올라가서 스키를 즐겼다. (그 친구들은 스키장에서 내려와서 다시 버스,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우버를 탄다는 이야기까지도 들었다. 결국 실패해서 다시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스위스 스키는 난이도에 따라 파란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나뉘어지는데 저번에 갔던 Stoos 산에는 빨간색, 검은색 코스밖에 없어서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봉우리 전체적으로 파란색 슬로프로 이어져 있었고, 이번에는 가지 못했지만, Bad Ragas 쪽 슬로프는 4.5 km 나 되는 슬로프도 있다고 했다. 또 곳곳에 파란색 슬로프와 빨간색 슬로프로 가는 표지판이 붙어있어서 저번처럼 몸으로 하나씩 부딪히며 알아가는게 아니라 미리미리 난이도에 맞춰 갈수 있었다.
결국 초보자 무리인 나랑 호준이, 채은이가 같이 Graffia 봉우리부터 파란색 슬로프를 따라 내려갔다. 몸을 풀생각으로 타긴 했지만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는 굉장히 쉬워서 모두가 만족하면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무시하면 안되는게 슬로프가 길을 따라 평평한게 아니라 울퉁불퉁해서 속도 제어를 못하면 종종 스키점프를 뛰어야 했다. 스키를 타면서 뭄이 붕 뜨는 느낌이 어색했다. 간간히 속도 제어가 안될때 몇번씩 엎어져가면서 감을 찾았다. 슬로프를 지나면서 곳곳에 쉴수있는 오두막이 마련되어있고, 산 아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겨울은 정말 신기했다.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초록색 녹음으로 뒤덮였는데, 그 주변 곳곳에 뾰족하게 솟아나있는 산 꼭대기에는 눈이 가득 쌓여있다. 심지어 기온도 5도 이상으로 따뜻했는데 왜 녹지 않는지 의문이다.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면 마치 호빗 흐르는 강 주변에 있는 산맥과 마을을 보는 느낌이었다.
잘 내려가다가 초반에 오두막을 지나 내려가는 경사가 문제였다. 분명 제일 쉬운 난이도의 코스여야 하지만 한국 기준 상급 슬로프정도 되는 경사였다. 겁이 많은 나로서 너무 무서웠지만 슬로프 폭 반정도 되도록 크게 S 자를 그리면서 내려오니까 할만 했다. 체력이 먼저 고갈돼버려서 한번 왕복하고 쉬고, 한번 가고 쉬고를 반복해서 간신히 내려왔다. 한 아래 1/4 부터는 그냥 활강해서 다음 코스가 시작되는 봉우리까지 쉽게 올라왔다. (스위스 스키장에는 내리막 뿐만 아니라 오르막도 많아서 속도를 받지 못하면 그 큰 언덕을 올라가는데 고생한다.) 뒤를 돌아보니 호준이랑 채은이가 고생하면서 내려오는게 보였다. 여러번 엎어지고 정비하면서 정말 오래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내려오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나머지 코스는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그래도 문제 없이 다행히 잘 내려왔다.
슬로프를 내려와 다시 입구에서 기다리고 일행을 만나 다같이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왔다. 나는 다른 잘 타는 친구들에 비해 한참 실력이 부족해서 선두와 후미 사이에 적당히 간격을 두고 내려왔다. 결국 혼자가 되어 다시 슬로프를 내려와서 호준이랑 채은이한테 카톡을 넣었는데, 그 오두막 구간에서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경치를 구경하겠다고 했다. 정말 초보자 분쇄 구간이 아닐수가 없었다. 나도 계속해서 슬로프를 내려오다가 종종 거기서 쉬고, 1시쯤이 돼서 일행이 그 오두막에 다같이 모였다. 같이 모여서 점심도 먹고, 사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놀고 쉬다가 다시 열심히 슬로프를 내려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오두막에서 보는 아래 마을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다른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저 뒤에 보이는 산은 오스트리아의 산이라고 한다. 스위스의 동쪽 끝으로 와서 국경에서 다른 두 나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빨강 난이도의 슬로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 시작하는 부분에서 파란색 코스 2개와 빨간색 코스 1개로 나뉘어지는데 리프트를 올라면서 보는데 파란 코스에 비해 슬로프 폭도 넓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결국 마지막 2번의 시도에는 빨간 코스로 내려오는데 성공했고, (오두막 코스에 비해 100배 쉬웠다.) 스키를 정말 만족스럽게 타고 3시 반쯤 돼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다. 돌아보면 새로 산 스키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경사가 가파른 슬로프도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려올수는 있게 되었고, 레드 슬로프 코스도 무사히 내려왔으며, 무엇보다 그 긴 슬로프를 못해도 7번은 왕복한것 같아서 재미있게 탄것 같다.
내려와서 보니 사람들이 카니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스키장 입구부터 기차역까지 온갖 분장을 한 사람들과 독특한 컨셉으로 꾸민 차량들이 즐비했다. 피곤해서 카니발을 구경하고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기차역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기차역에서 보는 산 또한 스키장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못지않게 굉장히 아름다웠다.
저녁에 돌아와서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고기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ALDI 에서 장을 보는데, 소고기 400 g 을 굉장히 저렴하게 7.5 프랑으로 사서 돌아와, 소고기미역국, 소고기 구이, 김을 곁을여 밥과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든든하게 먹은 것이라 굉장히 행복했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는데, 기숙사에서 친구가 전자레인지에 빵을 넣고 돌렸는데 까맣게 타고 연기가 나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한 해프닝이 있었다. 연기가 많이 나지도 않았고 초반에 원인도 확실하게 파악해서 빨리 빵을 꺼내 문제를 해결했는데도 소방차가 무조건 출동하는 시스템인 것처럼 보였다. 소방관 2명이 부엌에 들어와 15분 가량 이것저것 점검하더니 그동안 연기가 다 빠졌고, 무사히 방에 돌아갈 수 있었다. 오늘 기숙사생들끼리 모여서 Beer Pong 게임을 하고 파티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연기가 나니까 실외에 모여서 First Fire Alarm 을 기념하며 건배를 했고 오히려 재미있게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너무 피곤해서 방에 돌아와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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