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3, 2024 | 독일어 시험 공부

2024. 2. 17. 05:54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평화로운 취리히의 아침! 오늘은 ASVZ 프로그램 (취리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운동 프로그램) 을 하러 일찍 시내에 나왔다. 취리히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가 약 6시 50분이었다. 취리히 시내가 며칠간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게 개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침에 보는 취리히 시내!

 

ASVZ 프로그램으로 Muscle Pumping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당연히 신청하기 전에는 PT 처럼 운동 동작 알려주고 교정해주는 운동인줄 알았는데 생각이랑 너무나도 달랐다. 약 50분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모든 신체 부위를 빠짐없이 강하게 트레이닝을 해준다. 앞에서 강사분이 약 4분정도 이어지는 강한 비트의 노래를 틀고 리듬에 맞춰서 동작을 따라하면 되는데 비트가 상당히 빠르고 동작이 생각보다 어렵다. 

 

첫 노래에는 춤추듯이 박스 위에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하고, (손도 찌르기 동작을 박자에 맞춰서 휘적여야 한다.) 그 다음 노래에는 각각 스쿼트, 푸쉬업, 데드리프트, 런지, 바벨로우, 플랭크, 힙 리프트, 바벨 프레스 및 푸쉬업 등을 했다. 각 노래별 타겟 부위가 하나씩 있고, 운동 부위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노래에 맞춰서 강사분의 동작을 반복하면 되는데 노래가 끝날때까지 안쉬고 동작을 하려니 크로스핏으로 어느정도 단련된 체력일텐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힘들었다. 강사분이 열정이 넘쳐서 비트에 맞춰서 숫자도 세주고, 해야하는 동작을 불러준다. 박자가 리드미컬해서, 노래 비트에 맞춰 1. 수축, 이완 / 2. 1-2-3-이완 / 3. 강-약-중강-약 등이 있다. 모든 동작은 노래 비트에 맞춰서 약 1-2 초 간격으로 바뀐다. 그 구호 중에 미테, 듄, 미테, 듄, 미테, 듄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을 외치는 이 구간이 정말 지옥이다. 운동을 해보면 알겠지만 스쿼트든, 프레스든, 로우든 중간 위치에서 멈추는 자세가 굉장히 힘들다. '미테'라는 구호에서는 동작의 중간에서 멈추야 하고, '듄'은 이완을 해야 한다. 무게는 가볍지만 동작이 굉장히 빨라서 따라가기도 벅찬데 중간 자세에서 멈추려니 죽을것 같았다.

 

노래 사이에 쉬는시간은 기껏해야 1분도 안되는데, 50분간 쉬지 않고 전신 타겟 운동을 춤추듯이 즐기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분들은 여자 남자 상관없이 정말 잘 따라하시던데, 나는 중간 부분부터는 체력이 딸려서 스스로에게 쉬는 시간을 주면서 설렁설렁 따라했다. 프로그램은 독일어로 이루어졌는데, 강사분이 내가 독일어를 못알아듣는걸 아시는지 내가 쉴때마다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ASVZ Muscle Pumping 프로그램

 

아침에 과로를 한 탓인지 독일어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내일이 독일어 필기시험이어서 친구들이랑 UZH 메인 빌딩에서 공부를 하러 갔다. 다음주에 개강이라 노트북으로 이런저런 수강신청이라던지 랩 관련된 준비를 하다가 5시쯤부터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들 패드에 다시 적어가면서 공부를 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밖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나는 이제 공부를 막 하기 시작했는데 곧 일몰 시간이 다가와서 같이 나가서 일몰을 구경하기로 했다. 옛날에 봤던 핑크빛 하늘처럼 극적인 노을은 아니었지만, 맑은 하늘과 상쾌한 바람이 캠퍼스에서 보는 취리히 시내를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시험공부하면서 보는 일몰

 

UZH 메인 빌딩에는 대왕 침대가 있었는데, 여기에 올라가서 쉬고 같이 이야기하고 공부할 수 있다. 한 4명이 올라가도 충분한 공간이어서 집에 다녀오기 애매한 시간일때 여기서 한숨 자고 암기과목 공부하면 기분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곳곳에 조각상과 벽에 새겨진 거대한 조각들만 봐도 멋있는데, 관상용이 아닌 실용성이 있는 침대까지 가져다놓은걸 보고 취리히의 학교가 심미적인 요소도 챙기면서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공간까지 마련해주려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UZH 대왕 침대

 

오늘 점심, 저녁 두끼 모두 UZH Mensa 에서 먹었는데 학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해주는 식당이다. 모두 CHF 6.5 (약 10,000원) 으로, 점심에는 으깬 쌀로 만든 커리와 저녁에는 커리같은 밥을 먹었던 것 같다. 며칠째 뱃속에 식이섬유가 안들어오고 곡물만 들어오니까 거북한 느낌이었다. 왜 미국 사람들이 아시안 식단을 찾는지 이해가 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UZH Mensa 점심, 저녁

 

저녁 9시 반쯤에 집에 돌아가는길에 맑게 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별빛이 강하게 쏟아지고 있길래 하늘을 감상하다가 내려왔다. 밝은 성단인 플레아데스 성단과, 오리온자리에 위치한 성단은 맨눈으로도 별의 분포가 보일 정도로 별들이 밝게 빛났고, 시리우스나 리겔같은 겨울철 별들 중 밝은 별들은 산 위의 조명보다 밝게 빛났다. 사진으로 이 광경을 담기는 어려워서 종종 밤에 이곳에 와서 별을 볼 생각이다. 

 

취리히의 밤하늘

 

놀다가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진 못했는데, 독일어 선생님이 시험이 쉽게 나온다고 해서 편히 마음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교재를 다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겠다는 전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