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2, 2024 | 부활절 여행 - 영국 (4)

2024. 4. 15. 03:58역사서 2024년/4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아침은 하이드파크 로잉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했던 액티비티 중 가장 재밌어서 아침에 일정이 비는 시간에 또 보트를 타러 갈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심지어 사람이 몰릴 시간대가 아니어서 추가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또 1시간을 탔다.

 

 

나는 노젓느라 이렇게 힘든데 편안하게 헤엄치는 백조랑 오리를 보면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이드 파크 보트 (feat. 백조, 오리)

https://youtube.com/shorts/e6-k-LOK0ZI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영국 기차역스럽게 생긴 패딩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옥스포드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옥스포드에 도착했다. 사실 런던에서는 정말 거대하고 정교한 건출물이 많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조화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할수는 없었다. (취리히에 있다 와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옥스포드에 도착하자마자 런던이랑은 정말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세시대에 지어진 듯한 건축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의 흑사병이 돌던 시절 유럽을 생각나게 하는 건물과 광장을 볼 수 있었다.

 

건물들은 전체적으로 튼튼했지만, 돌로 만들어진 벽돌들 곳곳이 마모되어 있었고, 정말 중세 성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들이 많았다. 옥스포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원후 1500년 언저리에 지어진 건물들이지 않을까 싶다고 한다.

 

 

민석이형의 학교 시절 동료가 옥스포드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캠퍼스 투어를 시켜 줬다. 가장 옥스포드 스러운 도서관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은 취리히 못지 않게 살인적이다.) 아직 영국에서 스콘을 먹어보질 않아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랑 스콘을 먹었다. 그렇게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감동적이었다.

 

옥스포드에 사는 마크가 바쁜 와중에 놀러와줘서 옥스포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해리포터 촬영지들을 알려주고, 옥스포드의 샤로수길 광장까지 소개시켜줬다. 그래서 모든 촬영지를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출입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 결국 한곳밖에 못 가보긴 했다.

 

 

옥스포드의 College 시스템은 굉장히 독특했는데, 한국의 College 나 Department 랑 완전히 대비되는 개념이었다. 옥스포드 캠퍼스 안에 수십개의 칼리지가 있으며, 같은 칼리지에 소속된 사람끼리의 캠퍼스가 따로 있었다. 그 안에서 기숙사, 휴게실을 같이 쓰고 다른 칼리지랑 스포츠 경쟁을 하는 등 해리포터 기숙사 시스템과 비슷했다. (해리포터 기숙사 시스템이 새롭게 나온게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들 처럼 캠퍼스 출입이 자유롭지도 않았다. 각 칼리지 건물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칼리지에 소속된 사람이 초대를 해줘야지만 들어갈 수 있으며, 각 칼리지 입구에서 Porter 가 출입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준다. 예를 들어, 옥스포드에서 안내를 해준 친구는 Keble 칼리지 소속이었는데, Keble 칼리지 건물들과 몇몇 출입이 가능한 칼리지들에 우리를 방문자로서 들여보내줬다.

 

아래 사진들은 각 칼리지의 사진인데, 칼리지마다 마치 해리포터 기숙사처럼 특색이 있다. 기억이 나는건 돈이 많은 칼리지, 귀족이 많은 칼리지, 이런 식으로 MBTI 종류보다 다양하다고 한다. 각 칼리지마다 기숙사 건물과 휴게실, 광장이 있고, 칼리지마다 모두 교회나 성당이 있다. (영국 정교회라 구분이 될지 모르겠음) 어딜 가나 교회 건물이 가장 화려하다. 어떤 칼리지에서는 넓은 정원이 있어서 동물을 키우기도 하는데, 사슴을 키운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왕실 소유라 왕실에서 사슴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 친구를 잡아서 진상한다고 한다. (아무튼 영국은 왕실이 악당인듯)

 

식당에 들어가면 정말 해리포터 연회장 처럼 꾸며져 있다. 몇몇은 출입이 가능했고, 몇몇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제한돼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게 정말 캠퍼스지 라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어

 

 

 

 

 

마지막으로 간 곳이 그 친구가 살던 Keble 칼리지인데, 칼리지 광장이나 교회가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맑은 날에 저런 잔디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에 부분에 있는 큰 건물이 교회 건물인데, Keble 칼리지가 선교사에 의해 설립이 되어서, 칼리지 중에서도 아름답고 웅장한 교회를 보유중이라고 한다.

 

들어가보니 정말 화려하고 웅장했다. 모든 건물이 중세 양식과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정말 오래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칼리지 도서관에 들어와, 옥스포드 도서관에 왔다는 업적을 달성했다. (고마워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의 도서관으로 등장한 보들리안 라이브러리도 옥스포드 캠퍼스에 있지만, 재학생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으로 Christ Church 칼리지 (크라이스트 처치) 를 가려 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서 당일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칼리지에 해리포터 연회장, 움직이는 계단의 촬영지가 있고, 최근에 개봉한 넷플릭스 삼체의 촬영지이기도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해리포터 촬영지여서 너무 가고 싶었는데 돌아가라는 대답을 듣고 살짝 마음이 아팠다. 이 이유 때문에서라도 옥스포드는 다음에 또 와야겠다.

 

 

다음으로 옥스포드 대학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했다. 세계 최초 대학 소속 박물관이라고 한다. 역시 영국 박물관 답게 온갖 나라에서 약탈해서 가져온 유물들로 가득 차 있으며, 전세계 어딜 가든 이런 컬렉션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세워져 있는 전신상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벽화와, 수십개의 그리스 조각상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게 입구에 가까운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스 조각상들이 저런 간격으로 쭉 늘어서 있다. 아래 조각상은 그리스 신중 가장 좋아하는 아테나 (미네르바) 의 조각상이어서 사진을 찍었다.

 

얘네는 그냥 벽을 통째로 뜯어오는게 기본인 것 같다. 이집트관도 역시 다른곳 못지 않게 컸는데, 여러 구의 미라와, 스핑크스들, 사원을 조각째로 뜯어와서 둘러보면서 구경해놓을 수 있게 전시해뒀다. 이집트의 여러 거신상들도 있었는데, 블로그에 올리기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 나만 소장하기로 했다.

 

 

해리포터 촬영지인 New College 로 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이날 해리포터에 심취해 있어서 모든 요소가 해리 포터에 대입되었다. 그냥 길고양인데, 헤르미온느가 키우는 고양이인 크룩섕스를 닮아서 사진을 찍었다. 여러 인싸 고양이들과는 다르게 사진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힘들게 건졌다.

 

 

짜잔, 드디어 뉴 칼리지로 들어왔다. 학생 할인을 받았는데도 입장료가 비싸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후다닥 촬영지만 빠르게 둘러보고 나왔다. (박물관이 무료인데 칼리지 입장료가 왜이렇게 비싸..)

 

이곳에 등장하는 장소가 해리 포터에서의 어느 장소인지 맞춰보면 재밌을 것같다.

 

해리포터 촬영지

https://youtu.be/M_ZgyHKXFno

 

정답은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나오는 말포이가 담비로 변해서 무디 교수에서 교육 당하는 광장이다. 사람이 없어서 영화에서의 느낌이 와닿지는 않지만, 중세 분위기의 복도를 거닐면서 영화 촬영지의 배경이 되는 나무를 보니까 정말 감동이 일었다. 그런데 사실 컨텐츠가 이것밖에 없어서 다시 올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옥스포드에 와서 해리포터 촬영지를 하나씩 헌팅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못가본 장소로는 다음이 있다. (하나 빼고 다 못가봤지만) 꼭 나중에 다시 와서 찾아가야겠따.

- 도서관

- 양호실

- 연회장

- 계단

 

아인슈타인의 판서가 있다는 과학 박물관에 잠깐 구경을 하다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기념품을 빠르게 구경하고 기차에 몸을 실어 런던으로 돌아왔다. 12시부터 5시까지라니 옥스포드에서 시간은 정말 짧았지만, 진짜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그래도 명문 옥스포드의 칼리지들과 고대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시 웨스트엔드로 돌아와서 His Majesty's Theatre 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다. 겨울왕국 뮤지컬보다는 컨텐츠를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클래식을 보는 느낌이라 좋았다. 무대장치도 정말 화려하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작품 답게 줄거리도 감동적이었다.

 

 

오페라가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울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한 일이 현실에서는 심각한 범죄이지만, 하지만 감동이라고는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꽤나 공감이 되는 사랑의 서사였다.

 

끝나고 소호에서 기념품 쇼핑을 좀 했는데, 해리포터와 축구의 고장 답게 정말 많은 해리포터 굿즈와 프리미어 리그의 굿즈가 있었다. 런던 10시 반쯤에 준성이 굿즈 뭐 사줄지 모르겠어서 막 전화를 했는데, 이때 영국도 써머타임이 적용돼서 한국이 6시 반이라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세계 표준시가 되는 나라가 써머타임을 적용 해도 되나?)

 

 

아무튼 축구 관련 기념품들이 정말 많으니 영국에서 기념품 쇼핑 하고 싶으면 꼭 들려야 하는 장소인 것 같다. 영국에서의 일정도 거의 끝나갔다. 하고 볼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는 여행이었다. 다시 영국에 올 기회가 있어서 마저 못 구경한 것들을 보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