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0. 11:11ㆍ역사서 2024년/3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어쩌다가 아침 6시에 일어나버렸다. 사진은 6시 반쯤 찍었는데, 아직은 해가 막 일찍 뜨지는 않는가보다. 그래도 취리히 막 왔을 때보다는 날이 길어져서 빛이 들어오기는 한다.
오늘 보는 젠트럼 전경. 구름이 입체적으로 생겨서 날이 밝은지 어두운지를 모르겠다. 사진은 어둡게 나왔는데, 눈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밝은 날이었던 것 같다.
수업을 끝나면 마트에서 쇼핑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편인데, 정말 처음 보는 신기한 과일과 채소들도 많았다. 오늘 발견한건 이 초거대 바나나였다. 가격이 비싸서 아직 먹어보진 않았다.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Student Project House (스튜던트 프로젝트 하우스) 에 왔다. 학생들이 3D 프린터, 각종 공작 도구, 바느질 기계, 프린팅 기계 등을 쓸 수 있는 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기계과 학생이라 출입 권한은 있었지만, 테이블과 공구를 쓰기 위해서는 기초 교육을 받아야 했다. 교육은 매일 4시 30분, 6시 30분에 진행해서 연구실에서 4시 30분까지 기다렸다.
출입 인증 시스템부터, 각종 데스크 인증까지 아두이노 보드같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장비들로 만들어졌고, 학생증 카드를 찍으면 바로 사용 가능하게 구현해놨다.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초대형 3D 프린터부터, 수십개의 3D 프린팅 장비, 그리고 여기서 제작된 프로젝트 결과물들과 사업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높은 윗층들에는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아래 테이블에는 각종 공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안쪽 공간에는 조금 더 위험하도 전문적인 장비들이 있다.
4시 반까지 시간을 때워야 해서 다시 연구실에 돌아갔다. 이대로 돌아오기는 아쉬워서 볼트 길이별로 3개를 훔쳐왔다.
4시 반에 돌아와서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교육은 30분 정도 진행되고, Makers Space 를 돌아다니면서 장비를 두루두루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여기는 메이커스 스페이스를 스텝들이 행정업무를 보는 곳이고, 뒤에서 재료를 꺼내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아크릴, 나무, 종이, 패브릭 등 각종 재료들이 있다.
커다란 스탠드 모니터가 있어서 거기서 둘러볼 장비를 대충 소개하고 실제 장비를 직접 보고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PPT 로 사용 유의사항, 장비 소개를 담은 도 미리 만들어져 있었고, 스페이스 장비 교체나 업데이트 진행상황 등도 담겨 있었다. 한국처럼 주의사항만 나열하는게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메이커스 스페이스가 젠트럼 캠퍼스에만 있는게 아니라 Honggerberg 캠퍼스에도 있고, 생물학 실험을 위한 공간도 하나 공사중이라고 들었다.
교육 받는 인원이 좀 있어서 모든 장비를 찍진 못했다. 지금 기억에 남는 장비로는 패브릭에 사용하는 히트 프레스, 수잉 머신, 3D 프린터를 간단하게 소개받았다.
그리고 다음 공간은 보안경을 써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학생들을 위한 응급처치키트, 응급약품, 보안경들이 모두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었다. 역시 우리 학교보다 훨씬 체계적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밀링 머신, 레이저 커팅, CNC, PRUSA, 오실레이터 등 각종 고급 장비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각 장비별 교육을 받은 뒤에 카드에 등록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인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외부 메이커스 테이블을 소개받았다. 사실 오늘 가장 필요한게 이거였는데 볼트와 너트가 종류별, 크기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종류가 정말 많다.) 그리고 무게 센서가 달려 있어서 수량이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메이커스 테이블의 공구인데, 테이블별로 공구가 정말 가지런히 알차게 정리되어 있었다. 필요한 공구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는게 너무 좋았다. 교육을 마치고 신청서를 작성한 뒤에 카드를 등록했다. 이후에 각 테이블에 카드를 찍으면 서랍장을 열 수 있고, 각종 기본 공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열심히 교육을 받고 뭘 했냐 하면... 스키를 고쳤다. 내일 당장 그린델발트로 스키를 타러 가야 했었는데, 스키 앞부분의 볼트 하나가 실종되돼서 앞의 보강 프레임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스키용이어서 괜히 다른 볼트랑 모양이 다르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을까봐 상당히 염려했던 부분이었다. 볼트 길이가 적당하고, 육각렌치로 돌릴 수 있어야 하며, 볼트 머리가 납작해야 했는데, 여기에 갖추고 있는 볼트와 너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 육각볼트는 머리가 살짝 두꺼워서 동그란 육각렌치로 돌아가는 종류의 볼트를 끼웠다. 공구로 스키를 자가 보수를 한 뒤에 정말 짱짱하게 잘 수리가 돼서 만족스러웠다.
수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Zurich HB 사진이다. 정말 취리히는 어딜 봐도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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