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 2024 | 취리히 시내 탐방

2024. 2. 12. 04:40역사서 2024년/2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취리히 안녕! 아침에 일어나서 보는 마을에는 안개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늘 계획은 오후에 프로젝트 인터뷰를 보는것을 제외하면 딱히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비가 그쳐서 다시 취리히 시내에 나가서 구경을 해보고 싶었다.

 

취리히의 아침 풍경

 

친구를 따라 ETH 화학부 건물이라는 곳을 왔는데, 실험실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었다. 잘 보면 화려한 인터리어 사이로 플러그를 꼽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건물마다 이런 디테일한 디자인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 뿐이었다. 

 

ETH 화학부 건물

 

건물을 나와 길을 헤메다 건물 하나를 들어왓는데 생명과학과 건물로 보이는 장소로 들어왔다. 본관과 비슷하게 메인 홀이 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마치 박물관과 같이 여기저기에 부서를 소개하는 상징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ETH 생명과학부 건물

 

다시 길을 찾아 학생증 카드를 받으러 ETH 메인 빌딩으로 돌아왔다. 역시 메인 홀도 경이러울 정도로 굉장히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중앙 홀에는 유럽식 건축 다자인과 옆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까지 모든 곳이 예술적으로 설계되었다. 학기가 시작하면 이곳에서 자주 공부할 계획이다. 또 ETH 건물들의 정문에는 커다란 여닫이문이 있는데 대부분 자동이다. 커다란 문이 내가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는게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성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안팎으로 곳곳에 조각상, 벽에는 조각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유적지를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ETH 메인 빌딩 (수학과 건물)

 

Feb 2, 2024 | Doors Opening at ETH Main Building 

https://youtu.be/sS5SbzDGru8

ETH 메인 빌딩 영상

 

이날 좀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는데, semester project 를 지원한 랩에서 오후 6시에 인터뷰를 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전에 자꾸 그곳에서 10시에 보는거 맞는지 자꾸 확인 메일이 왔다. 그래서 위치를 알고 있고, 지금 학교에 있으니 6시에 그곳으로 가겠다 라는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인터뷰가 6시가 아니라 오전 10시였다고 했다. 인터뷰 시간에 대해서 아웃룩 앱을 통해 일정을 받고 캘린더에 저장했는데, 아웃룩은 메일에서 어딜 눌러도 PM 6:15 이라는 정보 외에 아무것도 표시해주지 않았다. 적어도 보낸 사람 기준 시간이나, 그 시간대가 서울 표준시 KST +09:00 라거나, 내 시간대가 한국에 맞춰져 있다는 정보만 표시해줬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위치에 맞춰서 내 컴퓨터와 핸드폰 모든 시간대는 스위스에 맞춰서 바뀌어 있었는데, 오로지 아웃룩만 한국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메일 어디를 눌러도 오직 시간대에 대한 언급 없이 PM 6:15 라는 말뿐이었고, 내 캘린더에 박힌 시간도 오후 6시였다. 다행히 인터뷰를 보시는 분이 마음이 너그러우셔서 오후 4시에 다시 인터뷰를 볼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이날 이후로 정말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을 혐오하게 되었다.

 

아웃룩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나중에 밖에 나와서 캠퍼스 테라스에서 보는 취리히 시내 풍경을 찍었다. 저번에 보았던 날씨 좋은 날에 비해 이렇게 구름이 낀 날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재앙의 전조상황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하늘과 땅의 건물의 웅장함은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ETH Polyterrase 에서 내려다보는 취리히 시내

 

이후에 점심 먹을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어갔다. 저번에 보지 못한 충격적인 물건들 위주로 리뷰를 작성해보려 한다. 단백질 함량 40g 인 프로틴 음료 500 ml 가 단돈 CHF 1.95 (약 3,000 원) 으로 굉장히 저렴해서 현지 사람들은 차라리 프로틴을 직접 만들어 먹기보다는 사먹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아시아 음식인 김밥은 내용물도 별게 없는데 8조각에 CHF 9 (약 14,000 원), 각도 안잡힌 삼각김밥이 CHF 4.5 (약 7천원) 정도로 팔리고 있었다. 가끔 김밥 생각이 나면 사먹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가능성도 완전히 지워버렸고, 나중에 늙어서 스위스에서 김밥사업하면 잘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OOP 마트 탐방 1

 

유럽, 아니라면 스위스의 치즈 사랑은 진심인것 같았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치즈를 정말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이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테이블 진열대와 벽면 진열대에서 치즈와 요거트를 팔고 있었다. (대부분은 치즈) 치즈 가격도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하고 스위스산 치즈, 프랑스 치즈, 독일 치즈 제조 국가도 다양하고 모양과 색, 염분의 정도가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스위스를 떠나기 전 모든 치즈를 맛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일단 치즈에 대해 공부부터 해야할 것 같다. 

 

치즈 진열대 (가까운 6개의 테이블 진열대와 벽면 진열대는 모두 치즈임)

 

치즈 진열대에 놓인 치즈

 

저녁에 친구에게 한식을 요리해주려고 아시안 마트를 찾았다. 재료도 많이 필요 없고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떡볶이를 만들 생각이었다. COOP 마트에서 rice cake 를 찾을 때는 잘 못찾고 무슨 쌀로 만든 웨이퍼 (뻥튀기처럼 생긴것) 을 찾아줬는데, 떡이라는 개념이 외국에서는 생소한것 같았다. 다행히도 아시안 마켓에 계신 주인 할머니와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이 한국인이신것 같았다. 한국말로 인사를 드리고 떡을 찾으니 할머니가 직접 일어나셔서 떡을 찾아 주셨다. 가격은 말도 안되게 비쌌지만 하는 김에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했다. 

 

가격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

  • 배: 10.5 프랑 (약 16,000 원)
  • 비비고 김치: 11.2 프랑 (약 17,000 원)
  • 오뚜기 참기름 한통: 21.3 프랑 (약 33,000 원)
  • 메로나: 4 프랑 (약 6,000 원)

한국에 비해 3배 가량 비싸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배인데 스위스 일반 마트에서 파는 배는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조그만한 배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정적인 문제로 아시안 마트에서 배를 사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볶이용 떡은 한봉지에 7.5 프랑 (약 12,000) 으로 구매했다. 한국에서라면 3천원 내외로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아시안 마켓에서 오랜만에 익숙한 상표명과 그렇지 않은 가격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시안 마켓 탐방 1

 

아시안 마켓 탐방 2

 

이후에 D-EEIT 건물에서 인터뷰를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길에 노을이 지는 취리히 시내의 굉장히 풍경이 아름다웠다. 노을의 색은 한국에서도 제법 볼 수 있을법 하지만 취리히의 분위기 때문인지 굉장히 낭만적이었다. 

 

저녁의 취리히 젠트럼

 

구매한 재료는 얼마 없었지만, 어떻게든 있는 재료 없는 재료를 끌어 모아 궁중떡볶이를 만들었다. 베이컨은 햄으로 대체하고, 부족한 단맛은 불고기 소스로 채우고, 다진마늘을 구할수 없어 마늘을 직접 다져 쓰고 다사다난 했지만, 결과물이 나름 맛이 있었다. 유럽 친구가 그대로 먹는 햄을 굽는 행위에 대해 기겁을 했지만, 나는 그런거 몰라서 다행이었다.

 

스위스에서 만든 궁중떡볶이 요리

 

어쩌다보니 스위스에 왔는데도 외식을 할 수 없으니 매일 한식만 먹게 된 것 같다. 빨리 기숙사에 들어가서 같이 요리하면서 양식 조리법들을배우고 적응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