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7, 2024 | 부활절 여행 - 네덜란드 (9)

2024. 4. 29. 09:50역사서 2024년/4월의 기록 - 교환학생일기

자전거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이렇게나 날씨가 좋은데 자전거 여행을 안 다닐 수가 없었다. 사실 오늘 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저녁에 취리히로 돌아가야 하는데 딱히 할만한 컨텐츠도 없고 특별히 계획도 세워놓지를 않았다. 그래서 날씨도 좋은 김에 자전거를 타면서 네덜란드 곳곳을 돌아다녀 볼려고 했다.

 

자전거 타기에 그나마 위험한 요소로는, 대개 자전거 도로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만 차로에서 달려야 하는 코스도 있다는 점. 그리고 네덜란드에 입국 할 때 한국 대사관에서 주의사항을 문자로 보내주는데, 자전거 여행 시에 신호에 주의하여 다니라고 한다. 스위스만큼 질서정연한 느낌은 아니라서 자동차가 정말 거침없이 달리고, 자전거도 사람과 자동차를 알아서 잘 피해가야 하는 느낌이라, 익숙치 않다면 조금 주의를 요요하긴 했다.

 

날씨는 진짜 너무 좋았다.

 

자전거 감도 다시 익힐 겸 넓직한 광장에서 자전거 몰기 연습을 좀 하다가, 네덜란드와 자전거 하면 생각나는 운하로 들어왔다. 어제의 그 홍등가 근처가 맞다. 네덜란드 사진과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Jonathan 이라는 곳에 찾아가서 여기저기서 자전거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햇빛도 강렬하고 하늘도 푸르르고, 쌀쌀한 바람도 불어주니 자전거 타기에 너무 적합한 날씨였다.

 

다만, 저기 좁은 도로에서 반대편에서 오는 어떤 할아버지가 날 보고 "idiot!" 하고 소리치고 지나가길래, 왜 나한테 욕하는거지? 싶어서 5초정도 곰곰히 생각하면서 왼편으로 턴을 하다가 크게 넘어져버렸다. 그 이후로 왼쪽 골반 쪽을 다쳐서 근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픈 상태이다. 참아왔는데 빨리 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 아프고 서러워서 네덜란드의 인류애가 사라져 갈려고 했지만, 넘어진 자리 앞에 있던 터키 음식점 종업원 분이 (아랍계 분인 것 같았다.) 괜찮냐면서 도와주려고 하셔서 다시 인류애를 충전하고 자전거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운하를 따라 달리다가 Vondelpark 에 도착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에 사이사이에 호수가 있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태닝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좋은 날씨를 만끽했다. 시내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많은 것도 신기한데 공원에서 자전거와 보드 타는 사람도 엄청 많아서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고 따듯해서 노곤해져가지고 잠깐 앉아서 쪽잠을 잤던 것 같다. 해도 너무 밝아서 분수대 앞에서는 항상 무지개가 보였다.

 

 

 

폰델 공원 호수 위를 수영하는 오리

https://youtube.com/shorts/CH6u_9Oama8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공원에서 컨셉샷도 찍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자전거를 타고 몇바퀴 돌다가 이제 슬슬 다른 데도 둘러봐야 해서 공원을 나가야 했는데, 진짜 어딜 가나 너무 아름다운 광경의 연속이어서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다.

 

폰델 공원 입구 부근 연못

https://youtube.com/shorts/WUF0hKi7GoA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니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 마트에 들러서 도넛이랑 이온음료 등 이것저것 사서 먹고, (굉장히 싸다!) 암스테르담 강북으로 향했다.

 

역시 무료로 페리를 타고 이동했고, 자전거도 편하게 실을 수 있도록 단차가 없이 설계되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 할 수 있었다. 

바로 여기로

 

암스테르담 강북은 강남에 비해서는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고 건물도 많지 않은, 번화가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도로가 뻥 뚫려 있고, 자전거 도로도 넓직 해서 자전거를 타기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간척을 해서 열심히 땅을 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가 공원같이 조성되어 있었다. 돈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강아지랑 같이 산책도 하고, 강변에 앉아 간식도 먹고 행복해 보였다.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타서 슬슬 엉덩이가 아파지기 시작한 나는, 다시 암스테르담 시내로 돌아와 날씨도 어두워지기에 자전거를 반납했다. 마지막으로 기름진 감튀의 맛이 너무 그리워서 사무라이 소스를 뿌린 감자튀김을 한번 더 사먹고야 말았다.

 

또 내가 짐을 Sloterdijk 역에 맡겨 두고 오기도 했고, 플릭스 버스가 거기서 출발해서 그 역으로 1시간 전쯤에 출발해 돌아갔는데, 실수로 졸아버려서 한 정거장을 더 와버렸다. 그런데 마침 노을이 지는 순간이었는데, 기차의 선로가 해가 지는 방향을 향해 쭉 뻗어 있어서, 정말 엄청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오히려 좋았다.

 

일본 감성의 기차역 노을 샷을 건질 수 있었다. 나중에 날씨 좋으면 Halfweg-Zwanenburg 역으로 노을 구경하러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안구로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건 사진보다 못해도 2배는 감동적이고 예쁘다.

 

또, Amsterdam Sloterdijk 역에 도착했을 때, 노을은 계속 보였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확실히 산이 없는 평평한 국가여서 그런지 해가 수평선 아래로 넘어갈 때까지 정말 오랫동안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고, 구름과 함께 굉장한 색을 만들어낸다. 이번 여행에서 본 광경 중에 가장 예뻤다.

 

Sloterdijk 역 노을

https://youtube.com/shorts/kKQE6_P5eEs

 

 

Sloterdijk 역 노을 (좋은건 한번 더)

https://youtu.be/I1QLch4NiKo

 

이렇게 부활절 유럽 여행을 무사히 마쳤고, 버스를 타고 근 10시간 동안 네덜란드, 프랑스, 룩셈부르크, 독일을 거쳐 스위스 취리히도 도착 할 수 있었다. 한창 트램이 바삐 움직이고 사람들이 북적일 아침 9시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굉장히 피곤에 찌들어서 자러 가고 싶었다. 그런데 12시에 랩 수업이 있어서 강제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서 씻기만 하고 바로 나와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유럽 여행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생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즐거운 기억을 다 잊기 전에 빨리 다시 시간을 내서 다른 나라들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