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8. 02:42ㆍ역사서 2024년/1월의 기록
친구들과 용평 모나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갔다.
첫날인 5일에는 아침 9시에 사당에서 버스를 타고 용평으로 갔다. 이날 스키를 타지 않는데 너무 일찍 간건 아닌가 살짝 후회가 되긴 했다. 12시 쯤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지역 맛집이라는데로 가서 떡만두국, 회냉면, 보쌈을 먹었다. 28조각에 40,000원인 보쌈과 만두가 3알 들어있는 1,6000원인 떡만두국은 정말이지 지역 인심을 의심하게 했다. 거하게 식사를 마치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키샵으로 걸어갔는데, 눈이 수북히 쌓여 있는 모습과 명태를 말리는 동네의 광경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굉장히 신기했다. 가는길에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를 붙인 달항아리 조형물도 볼 수 있었다.
스키샵에서 장비를 빌렸는데, 이전에 한번 타봐서 그런지 불편한 점을 고려해 장비를 선택할 수 있었다. 처음 껴보는 바이저 헬멧과 버클 부츠는 그전에 썼던 장비에 비해 굉장히 편했고, 다음에도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로마트로 가서 장을 보고 다시 리조트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정말로 넓었고 슬로프 옆에 있던 뷰도 아름다웠다. 내일 스키를 탈 때까지 설렘반 두려움반인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하루종일 먹었다. 저녁에는 치킨과 떡볶이, 야식으로 친구가 요리해준 라볶이와 라면, 아까 장본 과자를 먹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바로 스키를 타러 갔다. 인생에서 2번째 스키이고, 오랜만에 타는거라 상당히 긴장했다. 처음에 비해 방향을 전환하고 감속하는데 익숙해서 그런지 훨씬 재밌었고, 넘어지지 않고 속도를 즐길 수 있었다. 오전에는 초중급 코스에서 간단히 턴 연습 하면서 몸을 풀었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넓은 그린 코스에서 속도를 즐겼다. 이제 속도가 빨라져도 본능적으로 감속하지 않고 빠르게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시 쯤 돼서 스키장에서 제일 재밌다는 5.7 km 인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코스를 타러 내려갔다. 리프트가 아닌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등산로같이 생긴 능선을 따라 쭉 내려오는 코스였다. 초반부에는 꽤 가파른 구간이 있었지만, 그 구간만 지나면 코스완만한 경사를 타고 내려오면서 긴 코스동안 경치와 속도를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는 코스였고 올라가는 시간이 길지만 않다면 하루종일 타고 싶었다. 이 코스를 타면서 오늘 처음으로 넘어졌는데, 내가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코스를 S 자를 그리면서 내려오고 있던 중에 앞에 있던 어린애가 나랑 같은 방향으로 턴하더니 속도를 갑자기 줄였다. 순간 당황해서 급하게 제동을 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아이를 받겠다 싶어서 대신 방향을 옆으로 틀어서 대신 벽을 받았다. 방향을 틀었을 때 속도가 꽤나 빨라서 박기 전에 꽤나 다치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돌려 어깨로 펜스를 박고 한바퀴 굴렀는데,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친구가 일으켜줘서 재정비했는데, 스키가 두쪽 다 분리된걸 보면 과격하게 굴렀던 것 같다. 어린애는 이런 내 고충도 몰랐는지 신경도 안쓰고 내려가더라. 마지막으로 레드 코스를 내려오면서 숙소에 들어와 짜장면과 족발을 먹었다.
5-7시 정설 시간 동안 잠깐 쉬고 야간 타임에 스키를 타러 갔는데, 한적해서 스키를 타기 쾌적했다. 핑크 코스로 몸을 풀고 레드 코스를 연달아 탔다. 경사가 가파른 것도 있지만 쉬면서 다리가 풀리고 근육통이 왔는지 아까 한번도 안넘어지고 탔던 레드 코스에서 좀 넘어졌다.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에 골드 코스로 넘어가서 정말 길고 넓은 코스를 가로지르며 경사와 스릴을 즐겼던 것 같다. 친구들이 단계별로 추천해주는 슬로프에서 매번 처음 보는 수준의 경사를 마주했을 때 항상 긴장해서 망설이기도 하고 과감하게 타지를 못했는데, 내려오고 생각해보니 어렵지도 않았고 쫄지 않고 속도를 느끼며 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골드 코스 리프트도 거의 산 봉우리로 올라가는데 야간에 조명도 별로 없는 능선을 엄청 높은 높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가자니 상당히 무서웠다. 고도가 높아져서 춥기도 했지만 골드 코스를 탈때 눈이 보슬보슬 내리더니 엄청난 장경을 만들어줬다. 금새 9시 반쯤 돼서 그린 슬로프쪽으로 돌아가 장비를 반납했다. 스키복 안에 상의로 스포츠 반팔, 맨투맨 하나씩 입고 하의로 런닝용 4부 반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스키장비를 반납할동안 이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바람이 안불기도 하고 따뜻한데 있다 온게 아니라 스키를 타서 그런지 몸이 뜨거워져서 춥지 않았다. 반바지로 영하 6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다 마치고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서 밤에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야식으로 아구찜, 부대찌개, 볶음밥, 아이스크림과 각종 과자를 야무지게 먹고 잠에 들었다.
용평리조트에서 탔던 코스 목록
[오전]
- 핑크 (초중급)
[오후]
- 메가그린, 뉴그린 (초중급)
-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중급)
[야간]
- 레드 (중급)
- 골드 (중급)
마지막날 늦게 일어나서 민폐를 끼쳤다. 11시 퇴실이었는데 나 자는 동안 친구들이 상당히 많이 치워줬더라. 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동안에 슬로프를 보니 어제 재미있게 탔던 레드 코스를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재밌어보여서 스키를 또 타고 싶은 열망이 솟구쳤다. 스키는 매년 타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에 사당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좀 쉬다가, 6시에 성수에서 저녁약속을 만나러 갔다. 저녁으로 멕시칸 음식이랑 칵테일을 마셨다. Cassis Frappe 라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술맛이 전혀 안나고 모구모구 느낌이 나서 거부감 없이 마셨던 것 같다. 정말로 재미있는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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